토네이도와 페이크 다큐의 접목

<인투 더 스톰>은 얀 드봉의 <트위스터>를 떠올리게 해서 관심을 가졌던 영화입니다. 두 영화 모두 토네이도를 소재로 했다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쫒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인투 더 스톰>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하나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아버지와 두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기상학자를 비롯해 토네이도를 쫓는 일단의 무리입니다. 여기에 유튜브로 스타가 되려고 발악하는 얼빠진 동네 청년 두 명도 토네이도를 쫓아갑니다. 상영시간이 길지도 않은 영화의 이야기를 굳이 셋으로 나눈 건 다름이 아니라 <인투 더 스톰>이 페이크 다큐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감독은 각자가 찍은 영상을 하나로 합쳐 영화가 완성됐다고 말하려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전혀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

아마 <트위스터>가 있었으니 <인투 더 스톰>은 뭔가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페이크 다큐와의 접목으로 나타난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이 전략은 득만큼이나 실도 컸습니다. 일단 페이크 다큐는 이제 질릴 대로 질렸습니다. 더욱이 현실감을 담보로 하면서도 거의 모든 페이크 다큐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모순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례로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심지어 친구가 죽어나가는데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인물을 보면서 공감하지 못하는 게 비단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수를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한 <파라노말 액티비티> 정도가 그나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인투 더 스톰>도 동일한 허점이 있으며 간간이 설명할 수 없는 영상도 삽입됐습니다. 영화의 스케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불가피한 것이기도 했고, 어차피 가짜인 거 다 알 테니 감독도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눈으로 목격하고 즐겨라

구태여 페이크 다큐를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럭저럭 먹히는 것도 있긴 합니다. 특히 엄청난 위력의 토네이도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는 데는 제법 효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인투 더 스톰>의 그들처럼 토네이도를 쫓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도 극장에서의 신기루 체험을 부채질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에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까지 제작됐었고, 이 영화에 나오는 특수차량인 '타이터스'와 같은 'TIV'도 있습니다. 덕분에 토네이도가 더 실감나게 와 닿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역경에 부닥친 인간군상에게도 조금은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투 더 스톰>은 재난영화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몰아넣는 토네이도를 피하면서 어긋났던 관계를 회복하는 사이에 누군가는 성장하고, 약간의 악역과 영웅이 등장하는 데다가 끈끈한 가족애는 필수입니다. 이것까진 좋은데 역시 CG에 비해 이야기는 매끄럽게 표현하질 못했습니다. 구태의연한 설정을 극복하기는커녕 점점 더 늪에 빠져들면서 신파가 더해지는 건 거슬리기 일쑤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참담한 재난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적 조명이지만, 조금 더 성의를 갖고 담백하게 녹여냈더라면 어마어마한 토네이도의 위력을 보는 재미만큼은 톡톡히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서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오롯이 영상으로 <인투 더 스톰>을 즐긴다면 꽤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저처럼 이것에 휩쓸리면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이야기의 고질적인 병폐 따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결말부에 다다르면 작은 감탄사가 나오게 할 수 있을 장면도 있습니다. 그만큼 <인투 더 스톰>은 CG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로케이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을 것 같을 정도로 토네이도가 휩쓸고 있거나 휩쓴 현장의 재현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페이크 다큐의 장점도 바로 이 부분에서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쨌든 <인투 더 스톰>을 봐야겠다고 맘을 먹으셨다면 반드시 극장으로 가길 권합니다. 제게 지금과 같은 확신이 있었다면 아이맥스, 돌비 애트모스, 4D 등의 특수관에서 봤을 겁니다. 아이맥스와 돌비 애트모스가 합쳐진 상영관이라면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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