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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검거 실패, 세월호 참사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끝나버린 '유병언의 상자', 처절했던 무능과 무기력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22 11:34

지난달 12일 발견되었다는 사체가 40여일만에 도주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라고 밝혀지면서 지난 두 달여 동안 전개된 ‘유병언 검거 작전’은 실패로 종결되었다. 

시신은 지난 6월 12일 아침 마을 주민의 신고에 의해 순천에서 발견되었다. 순천은 도피 초기 유병언 전 회장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별장이 있는 곳이다. 당시 별장에서 발견된 DNA는 금수원 2차 압수수색 당시 유 전 회장의 작업실에서 확보한 것과 일치하였기 때문에 검찰은 유병언 전 회장이 국내에 있음을 확신하였다. 
 
정황상 ‘유병언 변사체’에 관한 경찰의 발표는 아직까지는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경찰은 유류품을 통해 추리한다면 충분히 유병언 전 회장이라 의심해볼 수 있는 시체를 두고 유병언 전 회장일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국과수의 발표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시체가 이미 백골화가 심하게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있지만, 바로 그랬기에 경찰 역시 시신이 유병언 전 회장일 거란 추측을 못 했을 수도 있다. 경찰은 국과수의 발표 이후에야 부랴부랴 유류품을 확인하여 구원파 계열사가 제조회사인 스쿠알렌 병, 유병언이 쓴 책의 제목과 일치하는 ‘꿈같은 사랑’이란 문구, 고가의 의류품 등을 확인했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와 관련한 수사내용을 과학수사팀장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우 서장은 이날 변사체의 지문이 유 전회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우왕좌왕하는 국가기관의 대응에 대한 총체적 불신 때문에 음모론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유벙언 전 회장은 정관계에 전방위적 로비를 벌여왔음이 확실시되고, 그가 구속되어 수사를 받을 경우 다칠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는 의구심은 크게 무리한 것도 아니다. 비록 검찰이 유병언 만큼은 구속시켜야 겠다는 의지를 품었을 지라도, 검경이 훨씬 더 복잡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유병언의 상자’를 닫았을 거라는 추측이 창궐할 수 있는 이유다. 
 
여야 할 것 없이 지적하듯, 유병언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 신원이 40일 이후에야 밝혀지는 이 상황은 국가기관의 총체적 무능과 무기력을 드러낸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그 무능과 무기력을 차마 믿을 수 없는 이들 중 일부는 이 일련의 사건 뒤에 ‘시나리오’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무능’을 말하지만, 새누리당조차 뒤에 ‘시나리오’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무능을 규탄해야 할 판국이다.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청해진해운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2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묵묵히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애초 세월호 참사가 유병언 전 회장과 그 일가를 족치는 것으로 종결될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그들은 탈법을 일삼으며 기업을 경영했을 수 있고, 세월호 참사 자체에도 큰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요체는 기업의 파행일 뿐만 아니라 구조에 나서야 했던 국가의 파행이기도 했다. 참사 초기부터 선장과 승무원 등을 살인자로 지목했던 대통령의 행태와 유병언 전 회장 일가를 정조준한 검찰의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유병언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 국가권력의 ‘시나리오’는 아니겠지만,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로 돌리고 국가권력의 책무에 대한 성찰을 거부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합의가 정권의 의중을 반영한 새누리당의 반대에 의해 지연되는 상황에서, 유 전 회장 죽음의 이면에 있는 ‘시나리오’에 주목해야 한다. 섣부른 음모론과 냉소주의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엄중하게 인지할 때에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길도 열릴 것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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