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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정신 내던져진 참사인데, 진상규명이 ‘초헌법’이라니[기자수첩]세월호 참사와 ‘두 얼굴의 헌법’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17 17:16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의 공포일을 기리는 제헌절이 올해로 66회를 맞았다. 비록 2007년부터 ‘빨간 날’(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엄연한 국경일이다. 

2014년의 제헌절은 특히 헌법정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제안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초헌법적 발상’이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2013년에 나온 <두 얼굴의 헌법>(김진배, 폴리티쿠스)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경향신문>의 원로기자가 쓴 이 책은 1948년 제헌헌법의 탄생과 1952년 부산정치파동에서의 개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면서 책 말미에선 용산참사, 쌍용차사태, 제주 강정마을 현장을 방문한 저자가 헌법의 의미를 묻고 있어 그야말로 ‘두 얼굴의 헌법’의 모습을 보여준다.
 
   
▲ 17일자 중앙일보 29면에 실린 시론
세월호 참사라는 사건을 두고 헌법정신을 묻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이는 1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법무부 헌법교육강화 추진단장이기도 한 정재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시론을 봐도 알 수 있다. 정재황 교수는 <부끄러운 제헌절, 헌법 교육부터 다시 시키자>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올해 제헌절을 맞는 감정은 자랑스럽기보다 참담하다. 인간 생명이 무엇보다 존귀하다는 헌법의 근본 가치를 처참하게 파괴한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가슴을 찢어놓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정재황 교수의 지적은 구체적이다. 정 교수는 “우리 헌법 제10조는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제34조와 10조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헌법 조항이 세월호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라고 개탄한다.  
 
또 정재황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른바 ‘관피아’ 문제도 헌법 정신을 저버린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공무원들에게 어느 누구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해서는 안 되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공정한 공무수행을 명령하는 것이다. 만약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 제7조를 어기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다로 가라앉아 버린’ 헌법정신을 건져내기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이 확고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임은 두말할나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오히려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을 반대하는 수사로 ‘헌법’을 끌어들이고 있다.
 
13일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시한 세월호 특별법안에 반대하면서  "야당 안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동행명령권, 특별검사 요구권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3권 분립의 헌법 질서 아래 이를 뛰어넘는 권한을 진상조사위에게 부여하는 것은 신중하게 논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안이 가족대책위의 제안과는 다르게 진조위에 기소권은 부여하지 않는 훨씬 완화된 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등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오는 19일 열리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아전인수격인 논리에 ‘헌법’을 들이밀다니 헌법의 가치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만 한 게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졌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특별사법경찰관제도를 두고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영장을 청구하고, 검사가 이를 판사에게 청구하면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는 절차 자체는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누가 행사하는 가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밝혔다. 
 
비록 야당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고는 있지만,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장관의 눈으로 봐도 특별사법경찰관제도 등이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3권 분립의 헌법 질서를 뛰어넘는 초헌법적 권한’ 운운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묻고 싶어 진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이 기를 쓰고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이 거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보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행동의 동기가 정말로 여기에 있다면, 이 나라의 헌법정신은 ‘임금과 도승지를 보위하려는 가신들’에 의해 뿌리채 짓밟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기득권을 위할 때만 작동하는, 그야말로 ‘두 얼굴의 헌법’이 구현된 제헌절 풍경이다.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6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하려고 국회본청 정문에 내려 시위를 벌이는 세월호 유족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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