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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누가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가'순수' vs '불순'의 이분법, 유가족 둘러싼 논란 벗어던져야 하는 이유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7.15 17:48

정치권의 시계는 6.4 지방선거를 끝내고 7.30 재보선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할 제도적 틀은 아직도 합의되지 않았다. ‘국가 대개조’니 ‘관피아 척결’이니 말들은 무성했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한국 사회의 민낯을 대면하려는 용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피해당사자들이 나서고 있다. 14일부터 일부 유가족들은 광화문과 국회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고, 몇몇 유가족들은 안산에서 진도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생존학생 46명과 학부모 등 70여 명은 15일 오후 단원고를 출발하여 광화문과 국회에서 농성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섰다. 15일 낮에는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350만명의 서명용지가 국회에 전달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건의 피해당사자들이 정치화되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다. 정치권이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정치세력들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종용한다. 정당 등 정치세력들은 대체로 그런 분위기에 순응하여 함부로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결국 피해당사자들이 직접 분투하게 되며 기존의 사회운동 세력이 이에 결합한다. 오직 피해당사자의 호소만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하지만 사건이 장기화되는 경우 피해당사자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루머가 떠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5일 국회 본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세월호 유족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말하자면 피해당사자들이 바라는 것이 보상이라는 루머가 떠도는 것이다. 진실을 말한다면 가족대책위이 내세운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 확실한 조사 및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가장 핵심적인 요구사항이라고 한다. 논란이 된 ‘피해자 전원 의사자 지정’이나 ‘단원고 특례입학’ 등은 여야 의원들이 낸 몇몇 법안에 포함된 내용일 뿐 가족대책위 법안의 내용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설령 일부 유가족들이 다소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인 방식의 보상이나 배상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따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 일부 생존자나 유가족들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주장을 한다 하더라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에 있어서 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보상이나 배상이 적절하며 그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 여부도 결국은 사태의 진상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한국 사회도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해경 해체’, ‘국가 대개조’, ‘관피아 척결’ 등의 말의 성찬으로 그 구조적 문제들을 가리게 될 것이다. 
 
이런 종류의 정치적 문제들을 방치하는 것이 또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사회모순이 터져나와도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상대적인 차원에서, 점진적으로는 개선되어 왔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바로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들이 거듭되어 왔다. 처음에는 피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어느정도 힘이 실리지만, 결국엔 그들조차 너무 과격하다고 외면을 받는다.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이 한줌도 안 되는 사회운동 세력 밖에 남지 않게 될 경우, ‘불순한 외부세력’만 남았고 ‘순수한’ 피해자나 시민은 남지 않았다는 평가를 덧씌운다.
 
한국 사회의 수많은 시민들은 이와 같은 구도가 피해당사자들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억울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할 겨를이 없다. 그러다가 본인이 직접 피해당사자가 되었을 경우에야 ‘투사’로 변신한다. 그렇게 사회가 ‘투사’를 만들어왔고 각자의 현장에 있는 그들은 상호 연대를 하기도 했다. 
 
   
▲ 15일 오후 세월호 생존 단원고 2학년 학생 40여명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깃발을 들고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를 출발, 걸어서 국회로 향하고 있다. 학생들은 16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아직도 사회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고민하는 이들의 숫자는 크게 부족한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리고 정치적 해결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바로 ‘순수한 피해자(혹은 시민)’과 ‘불순한 운동권(혹은 좌파)’라는 이분법이다. 그들은 피해당사자들이 보상이나 배상을 바라거나 불순한 이들의 정치적 선동에 휘말린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적당히 보상하고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체제 내 기득권의 수혜자들일 것이다.
 
결국 유가족이 보상이나 배상 문제에 대해 어떤 요구를 했는가에 대한 관심에 앞서, 그러한 관심이 세월호를 둘러싼 문제해결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부터 지적되어야 한다. 유가족들이 도덕적이기 때문에 혹은 피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지지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닌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집약하는 사건일 수 있고, 그것이 우리의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기에 문제해결의 측면에서 사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그저 우리는 매일 우리가 타는 배가 세월호가 아니기를 각자의 신에게 기원하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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