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는 보통 야당의 공격과 여당의 격려로 나뉜다. 후보자는 입 바른 소리만 내놓는다. 그래서 하나마나한 경우가 많다. 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최 후보자는 2002년 부동산 매도 매수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포스코ICT 사외이사 시절 억대 ‘교통비’를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고, 잔디밭에 고추를 급조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피하려고 했던 점을 반성하고 사과했다. 이번 최양희 후보자 청문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민희 송호창 의원 등 일부 청문위원들은 분발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일부 의원들과 최 후보자의 ‘말도 안 되는 말들’이 난무했다. <미디어스>가 이들의 활약상(?)을 그대로 전한다.

#1. 고추를 괴롭히지 말라!

▲ 다시는 고추를 고추를 괴롭히지 마라. 잔디밭을 괴롭히지 마라.

최양희 후보자가 가장 크게 웃은 시점은 ‘잔디밭 고추’와 관련 “잔디를 식용으로 하지 않는 한 고추밭으로 우길 순 없다”는 누리꾼 의견을 들었을 때다. 최 후보자는 2004년 여주에 농지를 매입했는데 제대로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고추를 급하게 심은 현장이 발각됐다. 최 후보자로서는 뜨끔 했을 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양희 장관 후보자는 고추를 괴롭히지 말라!”는 성명까지 냈다. “잔디밭과 고추의 융합이야말로 창조경제”라는 풍자로 나왔다. 최 후보자는 “정말 반성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사과했다. 장관에 임명되면 ‘주말농장’을 못 챙길게 분명하다. 이제 고추는 누가 키우나. 후보자는 끝까지 고추를 책임져라!

#2. 휴대폰 감청 옹호론자가 미래부 장관을?

▲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낸 법안을 '홍보'하는 의원이나, 휴대폰 감청에 입장이 없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나 도긴개긴이다. 사진은 서상기 의원. ⓒ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장 시절 불철주야 국정원을 다루던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과 30년 통신 전문가 외길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정작 국정원과 감청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 의원은 ‘감청’을 반대해야 할 최 후보자에게 “휴대폰만 감청이 가능했다면 유병언을 바로 잡았다”는 검찰의 푸념(?)이 담긴 보수신문 기사를 일일이 들려줬다. 그리고 그가 정보위원장 시절 발의한 법안을 설명했다. “감청제한법을 바꿔 유병언의 신출귀몰을 막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양희 후보자의 답변은 이랬다.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형평성으로 보면 이동통신에도 감청을 허용하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 둘 다 바보! 국정원은 지금도 감청 중인데….

#3. 억대 ‘용돈’에도 월 30~40만 원밖에 안 써

최양희 후보자는 짠돌이다. 최 후보자는 병역특례 기간 중 국가 지원을 받아 프랑스에서 박사과정을 끝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도 했다. 서울대에서도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지내는 등 잘 나가는 교수다. 포스코ICT 사외이사를 6년 동안 했고, 지난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초대 이사장에도 올랐다. 포스코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교통비’ 조로 150만 원씩 총 1억950만 원을 받았다. 삼성에서는 월 2365만 원을 받았다. 신고한 금융자산만 17억9820만 원이다. 그런데 “한 달 카드 값이 30~40만 원”이라고 한다. 이유를 묻자 “원래 돈을 잘 안 쓴다”고 한다. 근검절약일까,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되는 대한민국 1%일까?

▲ 신의진 의원은 '중독 방지'에 '중독'된 것일까. 상임위를 옮겨서도 신 의원의 '중독 방지'는 계속됐다. ⓒ연합뉴스

#4. 신의진 의원 ‘중독’ 사랑, 이번엔 스마트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게임중독법’으로 유명해진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미방위로 옮긴 뒤에도 ‘중독’ 방지에 집중했다. 신 의원은 최양희 후보자에게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편한 면도 있지만 폐해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에 중독됐을 때 뇌 발달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최 후보자가 “자세히 모른다”고 하자 신 의원은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의 경우 판단력과 ‘충동력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 내용을 설명해줬다. 신 의원은 “미래부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4대악’ 척결 국정과제와 엇박자”이라며 이 같은 분야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유사한 이슈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5. 미래부는 치과의사 양성 부처?

“3~4년 전 우리나라 유력 경제지에서 장래 유망직업을 봤다. 치과의사와 헬스케어가 있었다. (중략) ICT 기술 세계 최고이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은 다 의과대 간다. 그런데 의료산업 경쟁력 성적 내놓으면 부끄러울 것이다. 이걸 누가 할 것이냐. 보건복지부에서만 할 것이냐. 융합시대, 부처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미래부 장관 청문회에서 한 이야기다. 그는 줄기세포 연구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치과의사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최 후보자는 “전체적으로 동감한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며 미래부도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기가 미방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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