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팬택 채권단이 오는 8일까지 이동통신 3사가 1800억 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팬택 지원 방안을 가결했으나 이통 3사의 참여는 부정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 LG의 독과점이 심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소속 소상인들이 이통 3사에 팬택을 살릴 것을 촉구하며 출자전환 의사를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팬택의 회생을 돕기 위해서는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이통 3사에 채권단 참여를 촉구했다. 협회는 또한 정부에 현재 논의 중인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에 워크아웃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기업을 배려하는 조항을 신설해 달라고 촉구했다.

회생 가능성은 이통 3사가 쥐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팬택이 삼성, LG, 애플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채권단 참여 기한은 4일이었으나 3사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팬택을 단말기유통법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삼성 LG 등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팬택 베가 시리즈.

팬택은 베가 등을 생산하는 국내 3위 업체다. 팬택이 사라지면 국내 휴대전화 제조시장은 삼성과 LG의 독과점이 더욱 심해진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소상인들도 팬택을 살리기 위해 출자전환까지도 검토하는데 수조 원 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대기업 이동통신사들과 팬택의 상황을 어렵게 만든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1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팬택은 IT업계 가장 성공적인 벤처기업으로 꼽혔으나, 거대 이통사와 재벌 제조사들의 견제 속에서 지속적인 사업 위축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역시 삼성과 LG가 휴대폰 제조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을 별다른 정책적 수단을 발휘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해왔다. 그러는 사이 삼성, LG, 애플 등과 경쟁에 밀렸고, 팬택을 대표하는 창업자 박병엽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회사를 떠났다. 팬택은 올해 3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삼성과 LG는 ‘갑’이지만 팬택은 갑은 아니라고 말한다. 삼성과 LG의 마케팅 전략의 희생자가 팬택이었고, 그 결과 팬택이 경영위기에 내몰렸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중소상인인 이동통신유통협회 입장에서 ‘슈퍼갑’ 둘만 남는 상황보다 팬택이 있는 것이 낫다. 팬택의 회생 기회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인다. 나흘 뒤인 8일 결정된다.

연합뉴스는 4일 채권단 참여에 부정적인 이통사들의 반응을 전하면서도 “이통사의 이런 회의적 입장이 돌아설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연간 8조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이통사들이 1800억 원 때문에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사회적 여론은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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