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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낮은 조선일보 ‘SNS’기획, '거짓말'도 성의갖춰 해야[기자수첩]영향력 안 통하는 시대, ‘1등 신문’의 몸부림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6.26 16:31

<조선일보>가 느닷없이 ‘SNS 위험사회’를 들고 나왔다. 1면 탑 기사로 <책임 안 지는 SNS에 휘둘리는 나라>를 뽑았고 상세하게 서술한 3면 기사 제목은 <‘소통의 SNS’가 소통 단절·여론 왜곡의 주요 통로로>라고 썼다. (<책임 안 지는 SNS에 휘둘리는 나라> 바로가기, <‘소통의 SNS’가 소통 단절·여론 왜곡의 주요 통로로> 바로가기)

기사는 매우 교묘하다. 1면 기사는 “유병언이 노무현과 관련이 있다”는 루머로부터 시작한다. <조선일보>가 임기 내내 조롱한 전직 대통령에게 불리한 루머로 시작한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정치적 지향이나 이 기사의 의도를 생각하면 이 ‘교묘함’은 ‘얄팍함’으로 여겨지기까지 하다. 
 
   
▲ 2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이 특집기사는 최근 <조선일보>의 기사 중 보기 드물게 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한 트위터에서 확인해 봐도 언급이 많다. <조선일보>로부터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 파워트위터리안’으로 주목받은 이들의 반응도 있다. “국정원 댓글 때는 SNS가 영향력이 없다더니”라며 <조선일보>의 이중성을 지목하는 시선도 있다.
 
재밌는 것은 ‘우파’ 트위터리안들도 <조선일보>의 기사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문창극 사태’에서 <조선일보>도 문창극을 폄하하는 ‘거짓말’을 일삼았고 자신들 ‘애국보수’ 트위터리안들이 진실을 퍼날랐다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조선일보>의 사정이 처량하다. 
 
SNS에 거짓말쟁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무수한 거짓말들은 대체로 거짓말로 치부되지만 어떤 것들은 진짜처럼 확산되기도 한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거짓말이다. 정파적으로 양분된 한국 사회의 여론지형에서, <조선일보>의 주장은 반대편에선 타당성이야 어찌되었든 거짓말로 치부된다. 사람들이 평소에 <조선일보>가 참말을 한다고 믿어야 결정적인 순간에 거짓말이 먹힐 텐데, <조선일보>는 이제 그러한 영향력을 상실한 것이다. 지지층에 대한 영향력 역시 이제는 <조선일보>보다는 TV조선을 통해 나오는 실정이다. 
 
‘양치기 소년’의 “늑대는 왔다”는 외침에 마을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거짓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 탓을 한다. 마을 사람들이 거짓말에 속고 있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양치기 소년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어떤 말이 참말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자신의 말의 영향력이다.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이 달려와야 하는데, 이제는 소리를 지르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엄한 SNS를 공격하는 것일 터이다. <프리미어 조선>이 출범한 이후엔 웹으로 기사 전문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사는 웬일인지 전문도 공개되어 있다. ‘무플’에 절망한 양치기 소년이 ‘악플’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꼴이다. 
 
   
▲ 26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한국 사회에 파견된 일본 언론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미디어스> 기자들에게 물었다.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어째서 SNS에서 전파된 음모론을 그렇게 쉽게 믿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들 역시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발생한 몇몇 음모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미디어스> 기자들은 “정부 발표나 주류매체의 보도에 대한 공신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야 했다. ‘음모론’이 창궐하는 것이 어째서 뉴미디어의 책임일까. 음모론이 창궐해서 몰락한 나라는 많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아직 발명되지도 않은 SNS로 소문을 날랐던 것이었을까. 
 
<조선일보>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들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하다면 인터넷에 글을 올린 ‘미네르바’를 구속해서 신원을 공개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반면 <조선일보>는 오너와 기자들의 신원이 공개되어 있지만 ‘거짓말’에 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의 영향력 하락에만 관심이 있으니, 이 신문은 공공성 따위의 가치와는 담 쌓은지 오래라는 사실만은 알겠다. 
 
<조선일보>는 1920년에 창간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역사보다 오래된 신문이다. 한 사회에서 음모론이 창궐할 때, 주류언론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뉴미디어를 탓하는 꼴은 민망하다.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페이스북을 폐쇄형이라고 하는거나 카카오톡을 SNS일반으로 묶는 분류방식 자체에 문제가 많다”라고 논평했다. 기획의도나 분석 내용을 문제삼기 전에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젠 <조선일보>가 ‘참말’을 하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거짓말’도 제법 성의를 갖춰 해줬으면 한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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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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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 2014-06-27 02:27:40

    잘 읽었습니다 통쾌하네요.   삭제

    • 그냥 인터넷이란 공간이 2014-06-26 20:48:32

      한윤형 기자님은 안티조선운동사에서 제 기억으론 'SNS의 효용성'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다시 SNS란 공간 더 나아가 인터넷이란 공간, 또한 인터넷의 여러 커뮤니티에 대한 글을 한번 써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책으로 내신다면 바로 읽겠습니다..^^:;   삭제

      • 그냥 인터넷이란 공간이 2014-06-26 20:46:13

        사실, 공론의 기능은 떨어지고, 이상한 혐오현상이라든가 이상한 사람의 품평기준만 넘쳐나고...요즘 유행하는 더욱더 '원자화'를 촉진시켜서 인터넷으로 '사랑'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사건'을 배우는 세태아닌지요...오바마대통령이 말한 '인터넷에 함부로 글 남기지 말라'라는 말과 퍼거슨옹의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사실, 저도 인터넷공간의 글을 맨정신으로 읽는 게 너무 힘겨워 그냥 정제된 글만   삭제

        • 인터넷이라는 공간자체가 2014-06-26 20:43:36

          이 공간 자체가 자기끼리의 커뮤니티로도 모이기도하고 흩어진 상태에서 블로그를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편협한 경험들을 마치 정당화하는 경향이 비일비재하죠. 그러다 보니, 몇몇 사례들이 크게 터지면서 이상한 '여성혐오'현상도 나오고...정말 이 상상계에 존재하는 사람 혹은 사건이 있겠지만,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을 왜 믿는지 혹은 왜 확인을 해보지 않는지 그게 희안하더군요. 'SNS는 인생낭비'라는 격언이 떠오르는군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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