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에 따라 지역과 부처 순환이 불가피한 직종이 있다. 예컨대, 공무원이나 군인들은 퇴직할 때까지 지역과 부처를 옮겨 다니며 일한다. 독점기업이자 전국사업자인 KT(회장 황창규)와 한국철도공사(사장 최연혜)에도 전출과 순환근무가 있다. 두 회사는 그 동안에도 일상적인 전출은 있어왔지만, 노동조합이 들고 일어설 만큼 대규모 전출을 집행했거나 준비 중인 것은 최근 들어서다. KT는 대규모 명예퇴직 직후,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 뒤 처음으로 전출을 단행했다.

▲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사옥 앞에서 모인 KT 노동자들이 황창규 회장에 CFT를 해체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타파 누리집에서 갈무리.

KT 명퇴거부자 한직에 몰고 ‘퇴사압박’

KT는 지난달 8304명을 특별명예퇴직으로 내보낸 직후 CFT(Cross Function Team)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커스토머 부문 아래 있는 비편제 부서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KT는 CFT 소속 직원 291명에게 현장 마케팅 및 고객 서비스 활동 지원, 네트워크 공사 지원 등 사실상 KT의 모든 업무를 맡겼다. 그러나 실제 일은 하루 1~2시간 지역을 돌며 늘어진 전선을 촬영해 회사에 전송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CFT로 강제전출된 한 KT 직원은 18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지역 교육장과 본사 연수원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며 “내용은 전송, 선로, 상품 교육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와서 하는 일은 관내 돌아다니면서 잘못 설치된 설비를 찾아 유관 부서에 전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품을 팔라고 해놓고 전단지만 몇 장 갖다놓고 정작 설치 도구와 차량은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CFT는 사실상 ‘한직’이다. “회사가 자신들을 이곳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도록 시키며 사실상 스스로 퇴사하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CFT로 강제전출된 직원 중에는 명예퇴직 상담과 희망근무지 조사를 거부한 직원이 여럿 있다. 한 직원은 “공사 시절 KT는 산골과 섬을 돌아다니며 유선전화를 설치하고 고치던 곳인데, 이제 돈이 되는 것만 하고 사람을 쫓아내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명환)은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차승무원 강제전출’ 규탄했다. (사진=철도노조)

코레일, 20년 숙련노동자를 초보로 만들면서 안전 강화?

코레일은 지난 4월 순환근무를 본격 시행했다. 코레일이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대규모 순환근무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분할 민영화에 반대하며 22일 간의 파업을 진행했고, 코레일은 파업 종료 직후 노조를 상대로 16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해고 99명 등 400여 명에 대한 중징계를 진행했다. 코레일은 징계와 동시에 순환근무 ‘강제전출’을 계획했다.

코레일은 일 년에 두 차례 순환전보를 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오는 23일 하반기 전보에 앞서 열차 승무원과 역무팀 노동자 130명의 업무를 바꾸고 현장을 일부 변경하는 소규모 순환전보를 시행할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상반기에 해야 했는데 노조가 계속 반대를 하니까 못했던 것을 이번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승무원과 역무팀은 같은 직렬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17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균 나이가 50대 숙련된 안전 전문 인력인 열차 승무원과 역무팀장이 강제순환 전보돼 하루아침에 생소한 업무에 투입된다면 그 결과는 득보다 실이 더 크고, 안전사고 위험이 늘어날 것을 왜 철도공사만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노조 반대에도 강제전출을 강행하는 목적이 ‘노동조합 무력화’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