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정작 들어가 보면 자유롭지 않다. 액티브엑스를 깔라는 사이트가 많고, 결제를 하려면 공인인증서는 필수다. 정부는 급기야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시간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데 용기가 필요한 곳이 한국이다.

임시조치제도, 최대 수혜자는 ‘시민’이 아니다

2012년께 유럽에서는 ‘잊힐 권리(또는 잊혀질 권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지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꽤 화제다. 이 작업을 대행하는 업체도 생겼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 권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왜? 임시조치제도 때문이다.

인터넷에 유통된 정보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이 있다. 만약 그가 포털에 해당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면, 포털은 이 정보를 ‘블라인드’한다. 근거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정보의 적법 여부를 따지기 힘든 탓에 사업자는 쉽게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30일 동안 특정 게시글을 가릴 수 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가 임시조치한 게시글은 늘고 있다. 2008년 9만2638건, 2009년 13만5857건, 2010년 14만5112건, 2011년 22만3678건, 2012년 23만167건이다. 2013년엔 8월까지만 22만7105건이 블라인드 처리됐다.

임시조치제도는 사실상 삭제 제도다. 2008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이의제기로 다시 노출된 글은 2.5%에 불과하다. 광운대 권헌영 교수(과학기술법학과)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규제 개선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에는 잊힐 권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권헌영 교수는 “임시조치제도는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언론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임시조치제도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임시조치제도를 ‘합헌’ 결정했다. 이를 두고 권헌영 교수는 “사업자를 통한 간접제한 등 가장 강력한 수단을 채택한 것은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리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표현촉진적 공론장으로서 자정작용 등 국가수준에 맞는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셧다운제, 주민번호 가치만 높였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강해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 온라인게임은 마약, 알콜,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선택적 셧다운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을 손질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내놨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에 접속을 못한다.

그렇다고 게임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청소년은 가족 등 주민번호로 새벽에도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경희대 이경전 교수(경영학부)는 “실효성 없는 셧다운제로 주민번호의 경제적 가치만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게임 셧다운제가 오히려 IT, 게임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조치제도 등 인터넷 규제의 최대 수혜자는 누굴까. 이경전 교수는 “대부분 규제는 기존기업이 후발기업의 새로운 진입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수혜자는 정치 후발주자 시민을 규제하려는 정부다. 권헌영 교수는 “인터넷에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규제에서 종합백화점으로 성장한 포털도 수혜자다. 누리꾼들은 포털에서 포털을 검색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검색어 2위는 다음, 3위는 네이버다. 세월호 검색어를 빼면 두 사업자가 1, 2위다. 4월 네이버 순방문자는 3090만1333명으로 전체 인터넷 이용자(3718만5354명)의 8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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