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감청(통신제한조치) 건수과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제공 건수가 늘었다. 19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176개 통신사업자가 제출한 2013년 하반기 통신제한조치(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감청 건수 더 늘어나

우선 수사기관이 법원 허가 없이도 통신사업자에 요청해 받을 수 있는 통신자료 건수는 크게 늘었다. 통신자료는 이용자 이름, 주빈번호, 주소는 물론 ID 등 가입자 정보다. 지난해 수사기관이 가져간 개인정보는 총 957만4659건으로 처음으로 900만 건을 넘었다. 2010년 714만여 건, 2011년 584만여 건, 2012년 787만여 건이었다.

‘저인망식 수사’로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자. 이 자료는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일시와 시간, 기지국 위치추적, 인터넷 로그기록 및 접속IP 등을 포함하는데 건수는 1611만4668건이다. 2012년 2540건2671건에서 900만건 이상 줄었으나 이는 실시간 위치추적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감청의 경우, 대선이 있던 2012년 하반기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국정원의 감청 건수는 282건(문서 수 기준)으로 전년 동기 158건보다 78.5%나 많다. 경찰 감청은 전년 동기 19건에서 50건으로 163.2%나 많다. 군수사기관은 5건으로 전년 동기에는 3건이었다. 2013년 총 감청 건수는 6032건으로 2012년 6087건과 비슷하다.

접속기록, 전자우편, 비공개모임 게시물에 대한 감청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인터넷 감청은 총 237건으로 전년 동기 122건보다 94.3%나 늘었다. 2012년 총 인터넷 감청 건수는 265건인데 2013년엔 401건이다. 유선전화 감청은 2012년 182건에서 2013년 191건으로 조금 늘었다.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통신사업자가 특정 이용자의 통화내용과 전자우편 및 비공개모임 게시 내용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감청을 해야 하지만 검사의 지휘서나 국정원장의 승인을 통해 우선 자료를 받을 수도 있다.

휴대전화 감청 0건으로 집계...더 쉬운 감청 안했나 의문

그러나 미래부는 휴대전화 감청을 0건으로 집계했다. 이를 두고 진보네트워크는 “휴대전화 음성통화에 대한 감청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음성사서함이나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감청이 이루어져 왔다”며 “이에 대한 통계가 어째서 집계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시대, 휴대전화 감청은 더 쉽다. 보안업체 윈스테크넷의 손동식 침해사고대응센터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메시지 감청은 데이터 네트워크 해킹 방법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LTE 같은 경우에도 (네트워크 트래픽을 도청하는 방식인) 스니핑으로 네트워크 상 보이스데이터를 감청할 수 있다”며 “전화번호 같은 ID만 확보하면 쉽게 감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원의 감청은 5927건으로 전체 감청 6032건 중 98.3%다. 2010년부터 국정원 비율은 95% 이상이다. 2010년 8391건으로 96.8%, 2011년 6840건으로 95.4%, 2012년 5928건으로 97.4%다. 국정원의 감청이 가장 많지만 미래부 자료에는 정작 국정원 직접 감청은 제외됐다.

국정원 직접 감청 건수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진보네트워크는 19일 논평에서 “직접 감청 통계는 지금껏 국민 앞에 공개된 적이 한번도 없다”며 “감청 중 일부는 인터넷 회선 전체를 감청하는 패킷 감청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가 매우 심대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감청 현황.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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