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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비 최소화'와 'VIP 조화'에 집착하는 '무능 정부'[분석]'구조'보다 '의전' 우선하는 박근혜 리더십의 참담함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5.02 11:47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절감대책을 논의하던 중 “얼마 전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정차웅군의 부모님께서 국민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치르는데 비싼 것을 쓸 수 없다면서 가장 저렴한 장례용품을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이렇게 국민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시겠다는 분을 생각하면 종이 한 장도 함부로 쓸 수가 없다”며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재정사업 하나하나에 단 한 푼의 낭비와 중복이 없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개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1일 교육부에서 받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상황보고서’에는 희생자 장례비를 무제한 지원할 수 없다는 국무총리 지시 사항이 적혀 있다. 상황보고서에는 ‘4월23일 총리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장례비 지원과 관련하여 학생과 일반인 간 형평성이 필요하며, 무제한 지원(장례기간과 관련)이 아닌 정부 지원 기준을 정해 보상금 산정 시 개인별 정산할 것이라는 원칙이 유가족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묵념을 마친 뒤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27일자 상황보고서에는 ‘임시분향소 VIP 조화 관리상태 지속적으로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교육부가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내 세월호 희생자 임시합동분향소에 있는 현장 대책반에 대통령(VIP) 조화를 잘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상황보고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6일부터 교육부가 매일 주요 현황과 조치 사항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해 도종환 의원은 “교육부가 사고 이후 학부모와 교사·학생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보다 대통령 조화 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도 의원은  “상황보고서 어디에도 아이들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는 단 한 줄도 없다. 이러고도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물론 교육부가 해양사고 이후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부서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처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단지 대통령의 조화를 관리하는데 신경을 쏟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무총리는 이미 장례식 비용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굳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장례용품 선택을 예산절감대첵에서 미담으로 소개했다는 것도 황망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시콜콜한 사안에 대한 간섭을 즐겼다. 언론은 이를 ‘깨알 리더십’이라 포장하기도 했고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총리의 지시사항를 보자면 이들이 거시적 문제를 조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굳이 시시콜콜한 문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이기를 바란다. 큰 문제를 감당하지 않는다면 작은 문제에 대해서라도 간섭하며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이는 것은 일국의 대통령의 그릇이 아니라 일개 중대의 행정보급관의 관심사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바는 한국 사회의 징병제 군대에서 각 중대 행정보급관들이 제초제를 쓰는 대신 병사들을 동원해 풀을 뜯게 하여 부대 운영비를 아끼겠다는 수준의 인식이다. 
 
대통령이 그러니 일국의 국무총리도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장례 비용 문제에 대해서나 지적하고 있다. ‘VIP’ 조화를 관리하라는 대목은 그들이 사람의 인명보다는 의전 행위에 더 집착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장례식 비용은 아까워 하면서 소중한 인력이 조화 따위에 신경을 쓰는 것은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 정홍원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전 활동을 중시한다고 그들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의전을 담당하는 이들이 구조활동에 나설 수 있는 이들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에 복받쳐 진도 앞바다에 수천 명을 투입하면 수십 명을 투입한 것보다 일백배 성과가 날 것처럼 과장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정부가 인명 구조에 대해선 가능한 최선의 역량을 쏟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가질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의전에만 그토록 열심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지 못했기 때문에 터진 사건이다. 그런데 전 국민의 충격과 애도의 물결 속에서도 대통령은 비용 절감에 대한 얘기나 하고 있다. 번짓수가 한참 어긋난 얘기다. 굳이 선의로 해석을 해주자면 다른 비용을 줄여 안전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겠다고 봐줄 수도 있겠으나 이쯤되면 생각없이 떠드는 대통령의 발언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초라한 민낯이 박근혜 정부만의 책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판단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인지하는 것은 온전히 이 정권의 역량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혼란스러운 정황 속에서 ‘장례비 최소화’와 ‘VIP 조화 관리’에 그 역량을 쏟고 있다. 그러니 희생자에 대한 예산 사용은 절제될 것이며 분향소의 조화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헌화한 꽃을 밖으로 내다 버리는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은 어찌할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이 국면에서도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느라 우왕좌왕 표류하고 있다. 전 국민이 대통령에게 태어나서 죄송하다고 사과라도 드려야 만족할는지 모르겠다. 정권과 권력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은 권력자의 속성일 것이나,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가는 것처럼 박 정부의 시계도 돌아가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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