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태(김현중)의 아버지 신영출(최재성)이 죽었다. 가야의 아버지 신죠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그 누명을 벗기 위해 아내와 자식들을 내버려 둔 채 평생을 떠돌아야 했던 한 사람이 죽었다. 가야의 아버지를 죽이기는 했지만 모든 숨통과 혈이 끊어져 고통에 몸부림치던 동료의 가는 길을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였듯이, 그 역시 신죠의 딸 가야의 도움으로 이승을 하직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냐고 절규하는 가야 앞에서 모든 것은 자신들의 세대로 끝내야 한다는 회한만 남긴 채, 그의 업보를 고스란히 아들 신정태에게 남긴 채, 아버지 신정출은 죽어갔다.

그리하여 원하건 원하지 않건 상해로 온 신정태에게는 또 하나의 복수가 지워진다. 아버지의 숨통을 끊었다며 신정태를 도발할 가야,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진짜 아버지를 죽인 그 누군가. 뜬금없고 불친절했던, 마치 방송 사고처럼 등장한 아버지의 죽음의 배후에는 떠나는 그를 잡으며 자꾸 그러시면 자신이 우두머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정재화(김성오)가, 그게 아니면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덴카이(김갑수>의 사주를 받은 아카(최지호)가 있을 수도 있겠다.

가야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킬빌>의 주인공처럼 부모의 복수를 향해서 무차별적으로 전진한다. 지극히 맹목적이고 단선적인 주인공들의 감정이 드라마의 씨줄이라면, 그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주먹 세계가 드라마의 날줄이다. 주인공들은 원수를 갚기 위해 저돌적으로 적을 향해 치닫고, 그들을 맞이하여 주먹 세계는 자신의 편의대로 자신의 편에서 혹은 적으로 그들을 이용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애달픈 감정선에 휩싸인 복수지만, 결국 제 아무리 미화한다 한들 결론이 되는 것은 주먹 세계에서의 승부일 뿐이다.

영화 <신세계>는 다수의 남성들과 그에 못지않은 여성들에게 각광받았다. 경찰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을 이용해 먹기만 하던 사람들, 그들과 달리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형제로 대접하던 또 다른 사람들, 그 사이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듯하면서 결국 모든 것을 차지해 버리는 이자성의 결단은 매혹적이다. 이리저리 치이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로 다가왔다.

<감격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매회, 주인공들의 복수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골몰한다. 뜬금없이 길을 떠난 애비를 피범벅이 되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처럼, 풍차(조달환)처럼 주인공들을 돕기 위해 나선 선한 사람들은 다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 죽음을 되갚기 위해 이를 앙다물고 결투에 나선다. 결코 한번도 주인공 스스로 주먹이 좋다거나, 주먹질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그녀의 삶은 불가피했고, 그들은 운명 속에 수동적으로 휘말려든 객체일 뿐이다.

그래서 주먹을 쓰는 것이 옳다 그르다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드라마의 또 다른 날줄인 주먹 세계에서 정당하다. 드라마 역시 정당하다. 그저 주인공들의 복수극을 그려내는 것이기에, 결국은 주먹 세계의 이합집산을 다루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변명하고 또 변명한다. 주먹으로 하는 복수는 불가피하다고. 결코 주먹 세계의 매력을 그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드라마 <감격시대>에서 가장 공들인 화려한 장면은 누군가가 누군가와 맞붙어 피터지게 싸우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