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부부 문제에 개입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아침 마당), 가상 결혼을 하고(우리 결혼했어요), 결혼을 앞둔 적령기의 남녀에게 소개팅을 주선하고(짝), 가족을 만들어주던(사남일녀) TV가 이제 재혼에까지 발을 들였다. JTBC의 <님과 함께>가 그것이다.
재혼을 화두로 삼은 프로그램은 <님과 함께>가 처음은 아니다. <아침 마당>에서도 종종 재혼 문제가 등장했었고, <짝>에서는 '돌싱'간의 만남을 특집으로 다루어 화제를 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특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님과 함께>는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가상의 재혼 부부를 등장시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하며 재혼의 리얼리티를 예능의 소재로 끌어들인다.
<님과 함께>는 두 쌍의 가상 재혼 부부를 등장시킨다. 일찍이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부부의 모습을 연기했던 박원숙-임현식, 그리고 배우 이영하와 전 농구선수 박찬숙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면면엔 재혼이라는 화두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이 담겨 있다. 두 쌍의 재혼 부부 중 두 사람은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이혼을 한 사람들이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재혼의 사유가 되는 이혼과 사별을 통한 경험들을 담으려는 배려가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가상 재혼이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려는 이영하-박찬숙 부부와, 재혼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박원숙과 그의 재혼 남편으로 떠맡겨진 임현식 부부의 생활은 모양새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영하-박찬숙 부부가 이영하의 집을 배경으로 재혼이라는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장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어떻게든 함께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애쓰는 반면, 당장 임현식-박원숙 가상 부부에겐 강렬하게 피력되는 박원숙의 재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먼저 경주되어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언제나 갑이었던 아내 역할의 박원숙과 그 앞에서 쩔쩔매던 을 역할의 남편 임현식의 관계가, 재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징그러워하며 벽을 치는 박원숙과 그런 그녀와 어떻게든 재혼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내보고자 들이대는 임현식의 관계로 치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재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징그러워하면서도, 혼자 하기 버거웠던 커튼 달기며 앞마당 정리 같은 일들을 척척 해내는 임현식을 다시 보는 박원숙에게서,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닫아왔던 삶의 봇물이 터졌을 때, 그리고 배우라는 길을 오래 함께 걸어왔던 두 사람의 유대로 인해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박원숙-임현식 부부의 앞날을 점쳐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디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그 과정이 가상 재혼의 판타지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재혼의 고민을 성의 있게 담아주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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