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맞이한 <인간의 조건>의 첫 미션은 한겨울에 어울리는(?) '난방비 없이 살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난방비 없이 살기'는 미션 기간 동안 '~없이 살기'라는 목적을 맹목적으로 고수하지 않았다.

첫날과 둘째 날은 원래의 목적에 충실했다. 첫날 게스트 하우스의 난방을 끊어버리자 더운 물도 한 방울 나오지 않고, 방안 온도는 급격하게 내려가 창가 옆에서는 거의 2도가 측정될 수준이 되었다. 수치로만 측정되지 않는 추위는 더했다. 온기가 드리우지 않는 바닥에서 새벽으로 갈수록 차오르는 냉기, 방문 밖에서 스멀스멀 스며드는 찬바람, 자고 일어난 멤버들은 온몸이 쑤시는 경험을 했고, 밤새 뒤척인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는 듯했다.

둘째 날, 바깥만큼 추운 실내를 경험한 멤버들은 각자 최선의 피한 방법을 동원했다. 등산용 침낭, 실내 텐트, 창문용 뽁뽁이 비닐, 바닥에 깔 은박비닐은 물론, 수면 양말, 잠옷, 내복, 군대용 깔깔이까지 각자 대여섯 겹의 옷을 껴입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아침 <인간의 조건>을 여는 건 추위에 시달린 힘겨운 비명이었다. 게다가 미션을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 동장군은 더 거세어질 뿐이었다.

셋째 날 <인간의 조건>은 지금과 다른 미션이 주어진다. '적정 온도 찾기'. 막무가내로 추위를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난방비를 최소화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건을 찾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추동한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유난히도 기세를 떨치던 2013년 말의 추위였다. 하지만 그런 외적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멤버들이 직접 발로 찾아 뛴 ‘난방비 zero’를 향한 실험 현장에서 마주친 것은, 이미 지어진 게스트 하우스 조건에서 난방비를 없앤다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 때문이기도 했다.

즉 난방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애초에 집 자체를 다르게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방비를 하나도 쓰지 않을 수 있는 이른바 passive house는 몇 겹의 비닐을 두르는 식의 방풍이 아니라, 집을 지을 당시 벽과 벽 사이에 엄청난 두께의 스치로폼을 넣는 식의 단열장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간의 조건>은 무조건 난방비 없이 사는 전략 대신에 적정 온도라는 전략적 수정을 택한다. 첫째, 둘째 날의 잠 못 이루게 하던 혹한 덕분에 멤버들은 겨우 10도, 실제로 추위를 느낄 정도의 상황에서도 한결 나은 밤을 보낸다. 14도로 올린 날은 제법 잘 만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실제 정부가 권장하는 적정 실내 온도 18도로 자던 날, 멤버들은 그간 겹겹이 싸매고 있던 파카 등 겉옷을 벗어제낀 채 내복 바람으로 이불을 차내며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인간의 조건>의 수정된 전략, ‘적정 온도로 찾아가기’가 절묘했던 것은 혹한의 시간 덕분이다. 그들이 애쓰고 버티는 그 이틀의 시간에 대한 간접 경험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겨우 10도, 14도의 공간이 충분히 지낼 만하다는, 18도 정도면 금상첨화라는 공감에 이르게 되었다.

아침이면 온 몸이 부서져라 느껴지는 이틀간의 고통이 없었다면 난방비 절약은 그저 막연한 슬로건이 되었을 것이다. 이봉원과 양상국이 찾아간 시골 촌로의 명언처럼 겨울은 추운 것이라는 진리를 우리는 화석연료의 늪에 빠져 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준호가 찾아간 홀로 사는 할머니를 보듯, 우리가 덮다 싶을 만큼 난방을 하고 사는 동안 그 이면의 그늘에 난방비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이 있다는 사실 또한 놓치지 않았다.

추우니까 촘촘히 붙어 앉아있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일까. 난방비 없이 살기 미션에 도전한 이번 기간은 유독 멤버간의 시너지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은 아이돌 등의 이질적 성향의 멤버가 아니라 이봉원, 김기리라는 선후배 동료와 합을 이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마다 후배들을 위해 솔선수범 밥을 해먹이는 선배 이봉원의 따스한 마음에, 반짝 반짝 막내의 몫을 톡톡히 해낸 김기리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게스트와의 시너지가 온기 없는 게스트 하우스를 훈훈하게 덥혀 주었다.

난방비라는 특수한 조건 덕분일지 몰라도 달라진 <인간의 조건>의 융통성 있는 궤도 수정, 그리고 시너지 넘치는 게스트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2014년의 <인간의 조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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