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의 창당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주 들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급증했다. 20일 <조선일보>는 안철수 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면서 교묘한 편집으로 안철수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불러왔다. 22일 ‘조중동’은 일제히 이 기사에 입각하여 안철수 의원 측이 6월 지방선거에서 완주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또 같은 날 <중앙일보>는 윤여준 새정추 의장이 안철수 의원에게 ‘서울시장 직접 출마’를 건의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새정추 측의 해명은 새정추 대변인 금태섭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과 여타 매체들의 취재에 의해 이미 알려져 있다. 20일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선 기자의 유도질문에 안철수 의원 측이 농담으로 받은 것을 교묘하게 편집했다는 반박이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면서 제시되었다.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선 안철수 의원이 당일 오전 직접 기자들 앞에 나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부인했으며 윤여준 의장 역시 검토조차 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금태섭 변호사는 이와 같은 기사들에 대해 "두 신문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오보여서 정정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에 대한 새정추의 해명
윤여준 새정추 의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여기저기서 권유나 충고를 많이 듣는데 아마도 안 의원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런 내용 중 일부가 새정추 내부에서 검토되는 것인 양 기사화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윤여준 의장은 “하지만 지금 새정추는 당면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바빠서, 안철수 의원이 직접 나설지 말지를 벌써부터 결정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이 문제는 안 의원이 직접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니 그렇게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새정추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요즘 우리가 ‘정치뉴스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비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출범 직전의 ‘안철수 신당’에 관한 기사가 조회수를 빨아들이는 현실에서, 각 언론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기사를 생산한다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미리 선을 그으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보이기도 하지만 감당해야 할 부분 아니겠는가”라고 평했다.
윤여준과 다른 측근들의 갈등?
새정추 측에서 자꾸 ‘정치부 기사 소스’가 새어나오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안철수 캠프 내의 갈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한 정치부 기자는 “새정추의 486세대 참모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전두환 정권에서 일한 윤여준이 전권을 맡은 상황은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주장했다. 그 기자는 “당장이야 워낙 선거가 급하니 따르겠지만 말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런 경우 안철수가 그런 내부의 불만을 제어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윤여준 의장은 “(새정추 내부에) ‘전권’이란 것이 있는가. 여긴 아직 ‘먹을 것’도 없다”면서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정치적 조직 내부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이견의 결은 있지만, 그것이 ‘윤여준 vs 486 참모 음모론’처럼 구체화된 바는 없다는 답변이다. 새정추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도 “워낙에 나이차도 많이 나고, 게다가 의장님이 겸손한 성품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윤여준 영입' 기사에서부터 안철수 측근들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정보가 기사를 만들어내는 상황은 새정추의 운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새정추 측의 언론대응이 어떠냐에 따라서 '갈등설'은 힘을 받거나 소멸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는 위기를 맞았는가
금태섭 변호사는 해당 보도들을 일종의 ‘흔들기’로 해석하고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의 신뢰관계가 ‘이간질’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부 기자들은 언론보도가 두 사람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정치부 기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안철수와 박원순의 관계가 좋지 않다. (새정추 의장인) 윤여준과 박원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그 정치부 기자는 ‘안철수 신당’이 반드시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이며, 완주할 가능성도 높다고 점쳤다.
그러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거듭 구설수에 오르면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다자구도로 가더라도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여준 의장은 “현 단계의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새누리당이든 우리든 아직 후보가 결정된 것도 아니고, 그리 잘못한 것이 없는 박원순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언론보도로 인한 ‘안철수 위기론’에 대해 새정추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도 “동의하지 않는다. 내부의 동요는 없고, 상황을 나쁘게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윤여준 의장은 지방선거 대응에 관해 “언론에 거듭 말한 대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전부 후보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인물을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장은 “인물 섭외를 (안 의원이)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난항을 겪는 몇 지역도 있지만 적임자를 발견한 곳도 반쯤은 있는 것으로 안다. 차츰 언론보도를 통해 후보군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안철수 의원(가운데), 윤여준 의장(왼쪽), 김효석 공동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만회할 방법은 역시 '인물'
하지만 호남 지방에서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을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한 상황은 '안철수 신당'에 빨간불이 온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 정치부 기자는 "안철수 신당이 과거 제3세력들에 비해 더 경쟁력이 있었던 부분은 호남에서의 지지"였다면서 "호남이 기다림에 지치거나 '안철수 신당'의 역량을 냉정하게 판단한 것이라면 지방선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교학사 교과서 양비론 논란에서도 보이듯 안철수가 비판에 노출되는 빈도가 너무 잦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비론을 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양쪽에 대해 잘 알면서 모종의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의 안철수는 잘 모르면서 '중간'을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박정희 묘소 참배 논란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 같은 워딩을 만들어 냈어야 했다"라면서 "2012년에도 참배한 사안을 지금 끄집어내어 비판하는 진보언론도 공정하지 않았다고 보지만, 안철수 측이 이러한 비판을 극복해내는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이미 좀 실기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안철수 신당'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아직까지는 만회할 기회가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만회할 방법은 역시 '인물'일 것"이라면서 "안철수 의원이 직접 나섰다고 하지만 현재의 조직력에서 어느 정도의 인물이 섭외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전망했다.
결국 안철수 의원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설득해 내느냐에 따라 '안철수 신당'의 지방선거 성적표가 달라질 거라는 지적이다. 윤여준 의장은 '안철수 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로도 언론에 거명된 장하성 교수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받기 때문에, 서울이나 호남 어느 쪽으로나 고려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