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걸음으로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19일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안철수 의원은 기초자치단체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다시 한 번 주장하며 이를 합의하지 못한 국회 내 정치개혁특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20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라고 발언하며 독자노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철수 의원의 사정을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안 의원이 2013년 4월 재보선으로 정계에 입성할 때부터 두 가지 정도는 분명했다고 전한다. 하나는 정치인으로서의 도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권연대의 틀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무력화 시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관계자는 “여느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듯 (안 의원도) 호승심이 강한 사람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안 의원이 전가의 보도로 나오는 ‘새 정치’의 내용도 체계적으로 명확히 정리된 바는 없을지라도 언제나 현재의 정치적 구도를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안 의원이 지극히 신중한 성격으로 지금까지 구체적인 행동을 많이 보여주지 못 했기에 시민들은 그가 원하는 바가 없거나 오락가락한다고 여겼지만, ‘수단’이 아니라 ‘목적’의 차원에서라면 그의 의중은 언제나 명확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시절 기업인으로서의 행보에서도 드러났듯이 적지 않게 완벽주의적 성향도 가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신당 창당 역시 의지는 확실했으나 ‘안 의원의 만족 수준’이 문제였다고 전한다. 한 관계자는 “창당이라는 게 의외로 쉬워서 창당 자체가 목적이라면 금방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조직이나 인력 면에서 더 그럴듯한 당을 띄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 창당이 미뤄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창당은 언제쯤 가능한 것일까. 또 안철수 의원 측은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결과를 목표로 삼을까.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의장으로 합류한 후 전반적으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새정추의 움직임이 빨라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으로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20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ㅅ
과거 안철수 의원 측 측근들 중에선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건너뛰자’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지방선거에 대해선 안 의원 측이 개입할 거란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 하겠다. 다만 그 개입의 수준이 ‘창당 후 개입’인지 ‘무소속 인사 섭외해 개입하고 선거 이후 창당’인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윤여준 의장은 후자 역시 배제하지 않는다 말했기에 내부 준비가 여전히 미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최근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창당을 통한 지방선거 개입’ 후 적극적으로 정계개편을 의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느 쪽이 되었건 안철수 의원 측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이전 향후의 정치적 일정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준 의장은 19일 광주에서 “설 전에, 빠르면 이번 주 안에라도 새정치의 내용을 비롯해 창당 로드맵을 알려드리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해석해 봐도 합리적인 대응이다. 명절 연휴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가족들이 ‘민심’을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 ‘안철수 신당’이 친지들의 화젯거리에 오르지 못한다면 향후 창당을 한다 하더라도 인지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안철수 의원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도 출마를 미루다 추석 연휴 직전 출마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안철수 신당’이란 것은 아직까지는 ‘실체’ 보다는 ‘기대’만 있는 정치세력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인 통치에도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국면에서, 안 의원 측의 출사표가 선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충족시켜주는 면은 분명히 있다. 안 의원과 새정추 측이 이 기대를 어떻게 활용하여 정치적 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안철수 신당’의 착근 전략의 관건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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