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이 새로운 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교와는 무관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무색하게도 도급계약서 내용의 일부 수정을 꾀하고 있다고 하고, 청소노동자들은 파업 중인 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중앙대학교 이태현 홍보실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고소를 당한 이태현 홍보실장은 15일에 중앙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중언회’ 소속 언론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투쟁의 이면에는 특정한 세력이 있다며 “일부 언론이 여전히 편향된 보도를 하고있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현 홍보실장은 이 이메일에서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 게다가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중대한 기간에 총장실 불법 점거로 폐해가 막심하다”며 파업의 피해를 담은 자료를 첨부했다고 한다.
▲ 11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광장에서 중앙대 학생들로 이뤄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인 ‘데모당’이 청소노동자 파업을 지지하고, 학교의 태도를 비판하는 대자보 쓰기 백일장을 마친 뒤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이메일을 받은 기자를 몇 명 접촉해본 결과 기자들 중 일부는 오히려 이 이메일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 기자는 “보도자료를 뿌리는 거야 홍보실장의 일이다. 하지만 동문에게만 보냈다는 건 동문의 정에 호소하겠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일이 아닌가 한다”라고 반응했다. 다른 기자는 “매우 불쾌했다. 내용이나 논리는 이미 언론에 뿌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대는 중앙대 출신 기자들은 기존의 자료도 찾아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본다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학교 측의 한 간부는 이 이메일을 발송하기 전에 기자들에게 그 사실을 고지하면서도 “특정세력이 목적을 가지고 흔들고 있다. 학교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하필 이 시점에 ‘정상’이란 단어를 썼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 기분이 더 나빴다”고 반응했다.
몇몇 기자는 이 이메일에 문제의식을 느껴 답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자는 “(메일을 받은 다른 기자가) 답신을 했는데 이에 대해 학교 측이 다시 장문의 답신을 했다고 들었다. 본인들 주장대로 그렇게 선후배가 중하다면 30년은 차이가 나는 후배에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라고 분개했다. 답신의 과정에서 이태현 실장은 본인이 말한 ‘특정한 세력’이 ‘민주노총 서경지부’라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진보언론의 기자는, “열심히 보도하는 언론도 몇 없다. ‘편향된 보도’를 말할 거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소속 기자에겐 보내지를 말든지 해야지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게 실리적으로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8면 기사
‘중앙대 동문’을 강조하면 청소노동자 투쟁에 맞서야 하는 것일까? 한 기자는 “물론 기자로서 네트워킹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학연도 활용하고 지연도 활용한다. 하지만 중앙대 동문의 시선으로 봐도 중앙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기자는 “중앙대가 두산이라는 자본에 장악되어 학생 및 교수와의 관계, 그리고 학교운영의 측면에서 독단적이고 자본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대 측이) 학과 체제 개편이라든지, 교지 탄압이라든지, 학생회 선거 개입 등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동문의 입장으로도 안타깝고 동문이 아니더라도 한 개의 대학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문제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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