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교학사 회장이 14일 오후 <JTBC> 방송 <뉴스9>에 나와 교학사에서 만든 뉴라이트 사관의 교과서를 추구하는 이들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는 인터뷰에서 "역사담당 선생은 대부분이 교원노조의 좌파"라며 "제대로 양심 있는 교장들은 다 그 교원노조 놈들이 막 (반발)하니까 귀찮아서 맡겨 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교학사 교과서의 수정 건수가 많아 신뢰성이 떨어졌고 그래서 채택률 저하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 유기홍 교문위 민주당 간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차례나 변경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유 간사, 박기춘 사무총장,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연합뉴스)
작게 보면 교학사 교과서, 크게 보면 뉴라이트 역사논쟁 전체를 관통하는 두 가지 논점이 있다. 하나는 사실관계의 정확함이요, 둘은 역사관의 문제다. 사람들이 뉴라이트를 극렬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은 후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논쟁에서 더 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전자이기에 전자를 더 강조한다. 이를테면 역사관이 문제가 있어서 사실관계도 이런 식으로 왜곡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두 문제는 명료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뉴라이트가 전하는 사실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역사관이 다르기 때문인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더라도 명백한 사실관계의 문제란 것도 있는 법이다.
교학사 교과서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그 사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실관계 오류의 문제들 때문이다. 고친다고 고쳐도 계속 오류가 발견되고 있으며 출처에 ‘위키피디아’나 ‘엔하위키’를 적어놓는 웃지 못 할 장면도 발견되었다. 물론 교학사 교과서처럼 철저하게 검증받지 않아서 그럴 뿐 다른 역사 교과서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우겨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교학사 교과서에 면죄부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실은 뉴라이트 진영 역시 과거에 금성사 교과서 등을 상대로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던 적이 있어서, 그 항변은 신뢰성도 떨어진다.
▲ 15일자 경향신문 5면 기사
교학사 교과서의 수준 때문에 뉴라이트의 사관 전체를 ‘쓰레기’라고 매도하는 것에도 편향은 있을 것이다. 뉴라이트 사관 자체는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적어도 한국사 반만년의 가난을 해결한 것은 ‘반인반신’ 박정희의 천재적 영도력 때문이라고 믿는 종교적 신념에 비해서는 말이다.
▲ 15일자 경향신문 5면 기사
하지만 만들어진지 이제 10년인 뉴라이트 진영은 ‘민족주의 좌파’를 비판하기 시작한 후 정치적·역사적 논쟁이 모종의 결실이나 충분한 합의를 만들어 내기도 전에 교과서부터 만들어 학생들의 정신을 개조하려고 들었다. 검인정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교과서 집필을 해놓고 자신들이 불리해지니 국정교과서 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반대하지 않고 침묵한다. 염치가 없다.
‘교원노조 놈들’이란 발언은 자신들의 실패를 무조건 어떤 좌파세력이나 운동단위의 공작의 탓으로 치부하는 한국 사회의 순정우익의 황폐한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이들은 말만 꺼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지만, 자유롭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시장경쟁도 싫어한다. 경쟁에서 도태되면 좌파들 탓이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똑같다. 어떤 노교수는 팔로워가 줄어들어도 친북세력의 음모를 탓하고, 어떤 젊은이는 고기값을 계산하지 않아 기사가 나도 좌파탓을 한다.
정치담론에서나 시장경제의 영역에서나 ‘경쟁’을 모르는 이들의 심리상태는, 어쩌면 해방 직후 ‘적산불하’(적의 재산을 나눠준다는 것으로, 일본인의 재산을 한국인에게 나눠주는 작업을 의미한다. 민간 기업인들이 이 과정에서 많은 수혜를 받아 오늘날의 재벌의 기원이 되었다)나 정부의 용돈을 받으며 빨갱이들을 때려잡은 청년단체들의 경험이 남긴 유산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파렴치함은 자신들이 대중들에게 받는 냉대를 ‘국정원의 공작정치 탓’으로만 규정할, 그들이 가장 증오하는 어떤 정치집단의 그것과 얼마나 닮아 있는가. 무조건 ‘남 탓’을 해도 용인받는 한국적 좌우파의 ‘어리광 정치’를 이제 그만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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