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나 혼자 산다>에서는 김광규가 어머니에게 전셋집을 마련해 드리는 에피소드가 방영되었다. 송도 산동네에서 아래짝 도심에 전셋집이나마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47년이 걸렸다는 김광규의 감회, 듣고도 믿지 못하는 김광규 어머님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물이 핑 돌 만큼 공감하는 내용이다.
사람이란 동물이 늘 위를 바라보고 살다보니 살면서 늘 저만큼만 갔으면, 저만큼만 나아졌으면 하게 된다. 평지에 사는 사람들은 전망이 좋은 아파트에 살았으면,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무릎 아프게 헉헉 거리며 걸어 다니지 않는 평지에 살았으면, 겨울이면 한데서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저 따신데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속내가 김광규의 에피소드에서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더 마음을 짠하게 하는 것은 그런 아들의 성의를 받으면서도, 끝내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민망해 하는 어머니의 내리사랑이다. '오늘밤 잠을 어떻게 자겠노' 하실 정도로 좋아하면서도, 그에 앞서 '내가 이런 집 하나 너한테 사줬으면 장가를 갔을 낀데'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마음을 적신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모자간의 애틋한 정이 발현되는 곳이 바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 혼자 산다>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혼자 살지 않는 모습이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홀로 일어나 명상을 하고, 편의점에 들러 산 두부 등으로 홀로 아침을 먹고, 홀로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고, 홀로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꽃을 감상한다. 유일하게 사람들과 어울린다 싶은 게 후배가 하는 바이자 락 공연장이었지만, 거기서도 김도균은 홀로 술을 한 잔하고, 홀로 연주를 한다. 그리고 다시 홀로 분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고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그간 <나 혼자 산다>라면서 결코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무지개 회원들 그리고 많은 게스트들과 달리, 온전히 홀로 하루를 보내는 김도균의 모습은 이질적일 정도였다.
언제부터인가 <나 혼자 산다>는 홀로 살지 않는다. 처음엔 혼자 생활하고 먹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지개 회원들은 늘 모여서 무언가를 '작당'하고 함께 활동을 한다. 다 같이 못하면 끼리끼리, 하다못해 둘씩이라도 뭉쳐서 무언가를 한다. 그게 아니면 무지개 회원들과 그들의 '측근'들이 함께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는 류현진의 경기를 보는 것으로라도 그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다.
<캐스트 어웨이>처럼 무인도가 아니고서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온전히 홀로 사는 삶을 누리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애초 싱글 라이프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나 혼자 산다>의 취지와 달리, 언제부터인가 무지개 회원들에겐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션들이 있었다.
11월 1일자의 방송처럼 김도균의 일상을 보여주고, 이어 무지개 회원들이 측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나 혼자 산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치일 것이다. 하지만 잠재적 자원을 상대적으로 무한정하게 가진 특별 게스트의 싱글 라이프와 달리, 무지개 회원들의 이벤트성 행사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광규가 어머니를 위해 전셋집을 마련해 드린 것은 자연스런 그의 싱글 라이프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성재가 친구 이봉주를 위해 치킨집 홍보를 나간 건 그다지 자연스런 삶의 일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의 조건>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 홍보를 위해 동물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랑은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지개 회원의 충원에도 불구하고, 무지개 회원들의 자가 발전의 한계가 여전히 <나 혼자 산다>의 발목을 잡는다. 아니, 결국은 쳇바퀴 같은 삶을 반복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인간 삶이 <나 혼자 산다>의 근원적 한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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