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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에서 ‘응답하라 세대’를 떠올리다[한줌의 미디어렌즈] 90년대의 20대…가장 덜 좌절한, 혹은 가장 덜 배반한
김상철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공저자 | 승인 2013.11.04 11:16

두 번째 호출임에도 반응이 아주 뜨겁다. <응답하라 1997>에 이어 나온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얘기다. 6회 째를 지나는데 벌써 자체 시청률 경신 행진이란다. 나 역시,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1994>가 깔고 있는 자락은 <1997>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인공의 남편 찾기에서부터 HOT에서 서태지 혹은 이상민으로 바뀐 팬덤, 동성에 설레는 한 청년 등등 하나하나 <1997>과 <1994>는 대구(對句)를 이룬다. 드라마 내내 거의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으로 지금 여기가 90년대라고 환기하는 정도는 <1994>에서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때 그 세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응답하라 1994>를 보는 개인적인 흥미 외에 문득 궁금해진 건 거기에 등장하는 세대에 관한 것이었다. <응답하라 1994>에서처럼 20대에 대학시절을 지낸, 1990대에 20대를 보낸 그 세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세대론에 관한 한 이른바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 태생)이 꽉 잡고 있다. 이제 이들은 ‘486’을 지나 ‘586’으로 넘어가고 있는데도 그렇다. 가히, 세대론의 장기집권자들이다. 반면 이들의 ‘이후 10년’을 넘겨받은, <응답하라>에 나오는 세대는 변변한 이름이 없다. 20대가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보수화라는 기대와 우려 섞인 조명을 받았고 10대는 지난 2008년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386의 아이들’로 급부상했었던 데에 비해서도 그렇다.

물론 아예 조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러 언론으로부터 ‘낀 세대’, ‘IMF 세대’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고 더 나아가 외환위기 시절 사회로 나가 경력이 좀 쌓였을 때 금융위기를 맞았다 하여 ‘저주받은 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연령대로 따지면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중반 대에 포진하고 있을 이들, 한창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돈도 열심히 벌어야할 나이다. 고군분투하고 있을 테다. 경제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건실하게 살고 있을까.

‘낀 세대’, ‘IMF 세대’, ‘저주받은 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공개한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68.4%(20대 전반 71.1% / 후반 65.7%)였다. 30대는 70.0%(30대 전반 67.7% / 후반 72.3%), 40대는 75.6%로 나타났다. 그리고 50대 82.0%, 60대 이상 80.9%. 해당 세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겪어온 시절은 달라지는데 ‘세대별 성향’의 추이는 별 다르지 않다는 게 이채롭다면 이채롭다. 지난 대선 KBS·MBC·SBS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보면 20대와 30대는 각각 65.8%, 66.5%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높은 반면 50대와 60대는 62.5%, 72.3%로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더 높았다. 과거의 386이 섞여있는 50대도 박 후보 지지율이 꽤 높다는 게 눈에 띈다. 40대는 문재인 후보 55.6%, 박근혜 후보 44.1%로 비교적 팽팽했다. 30대 후반-40대에 걸쳐있는 386 이후 세대, 가칭 ‘응답하라 세대’들 역시 앞으로 기존에 보여온 세대별 추이를 비슷하게 밟아나갈까.

<응답하라 1994>가 대하 역사드라마가 아닐 진대, 그 시절 또 다른 삶을 산 20대의 모습과 상황을 포괄할 책무가 있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그 세대의 지칭으로선 꽤 적절한 용어로 들린다. 말 나온 김에 20대에 대학시절을 지낸, 혹은 1990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을 ‘응답하라 세대’라고 하자. 그들은 대학에 들어갔다면 입학 당시 80년대 문화의 막차를 타거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새 시대의 첫 차를 탔다. 이들의 젊은 날은 학생운동의 쇠퇴기와 ‘X세대’, ‘오렌지족’으로 일컬어지는 ‘젊은 소비’의 첫 머리를, 그리고 외환위기 시절과 ‘민주정부 10년’을 가로질렀다. 그 이후의 시대를 생각하면 어찌 보면, 혹은 어떤 의미로든 그 세대는 가장 덜 실망하거나 덜 좌절한, 그래서 가장 덜 배반한 세대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세대에 대한 별다른 이름을 얻지 못했던 건가. 혹은 그 반대인가.

   
 
‘응답하라 세대’에게 기대하는 다른 응답

<응답하라 1994>가 <1997>에 이어 <1991>까지 되짚어갈 수는 있겠지만 아마 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앞서 세대론을 거론하면서 걸쳐놨듯, 그때의 386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주요 좌석에 앉아있기 때문이다. 굳이 호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은 지금도 궁금하다. 왜 잘 안 보이나. 이들은 좀 다른 40대가 될 건가, 아니면 이전부터 계속된 40대, 50대의 전철을 따를 건가.

<응답하라 1994>. 케이블 방송 - 지상파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도 괜히 의미심장해 보인다. - 에서 파격적인 시청률 말고, 또 다른 방면과 또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라 세대’의 유의미한 응답이 도착했으면 좋겠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떠올린 세대론에 대한 단상이다.

P.S 락카페 ‘스페이스’, 참 반가웠다.

 

김상철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공저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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