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간헐적’ 트레이닝 “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

얼마 전, 방송한 ‘SBS 스페셜-끼니반란 간헐적 단신 100일의 기록'으로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던 이즈미 타바타 박사(Dr. Izumi Tabata)는 그러나 크로스피터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한 인물이다. 타바타 박사는 이미 지난 1996년 ACSM(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공식 저널인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10월 이슈에서, ‘긴 시간 지속되는 지구력 훈련 보다, 유산소와 무산소 능력 개선에 있어서 짧은 고강도 훈련이 훨씬 더 좋다’는 내용을 발표 했던 바 있다. [1]

타바타 박사의 결론은 획기적이었다. 타바타 박사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심폐지구력 향상 훈련을 실시했는데, 한 그룹은 보통강도의 지속적인 심폐지구력 향상 훈련을 했고, 다른 한 그룹은 보다 더 짧은 시간의 고강도 훈련과 휴식을 ‘간헐적’으로 반복하는 방식의 인터벌 트레이닝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그룹1 보통강도(70%)의 훈련을 했고, 6주간 주5일 훈련, 시간은 1시간 내내 지속했다.
결과 - 심폐지구력은 향상 되었으나, 근매스나 무산소 시스템은 향상되지 않았다.

그룹2 20초 동안의 고강도 운동(170%), 그리고 10초간의 휴식을 8번 반복하는 4분이내의 매우 높은 강도의 훈련을 주4회, 6주간 지속했다.
결과 – 심폐지구력은 그룹1보다 더 향상 되었고, 무산소 능력은 28% 향상 되었다.

▲ 수천만 크로스핏터들의 ‘원수’(?) 이즈미 타바타 박사(사진=SBS스페셜 화면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헐적’ 운동이 ‘꾸준한’ 운동보다 더 효과적이란 것을 아직도 못 믿겠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운동에 대한 우리의 신화는 그렇게 두텁고 오랜 기원을 갖는다. 좋다. 그렇다면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무엇인지부터 우선 간단히 알아보자.

유산소 운동
- 달리기를 20분 하기, 자전거로 출퇴근 하기, 수영하기, TV 보기 등, 비교적 힘들지 않고 장시간 지속할 수 있는 활동
- 심폐기능을 향상 시키고, 체지방을 제거해 줌
- 파워출력이 낮고, 스피드와 스트렝스, 근매스를 함께 줄어들게 함

무산소 운동
- 풀업, 스쿼트, 100m 전력질주 등 힘들고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활동
- 심폐기능을 향상 시키고, 체지방을 제거해 주며, 스피드, 파워, 스트랭스, 근매스를 함께 증가시킴
- 높은 파워출력, 운동 강도가 높다.

어떤가, 이제 좀 이해가 되는가? 당신이 모르거나 혹은 관심이 없었을 뿐, 이미 답은 나왔다. 타바타 박사의 연구 결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은 장시간 유산소 운동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유산소성 운동, 즉 낮은 강도로 오랫동안 지속하는 운동이 심폐지구력을 향상 시키고 체지방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운동 시간 대비 효과로 봤을 때, 1시간을 트레드밀(이른바 런닝머신)에서 달리는 것은 사실상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타바타 박사의 연구처럼, 단 4분 동안의 고강도 훈련만으로도 근매스와 스피드, 스트랭스를 보존하면서 더 월등히 심폐지구력을 향상 시킬 수 있고, 체지방까지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이 태울 수 있는데 왜 모든 것에서 효과가 부족한 트레드밀을 달리려하는가.

타바타 박사의 방법론을 재구성한 WOD(Workout of the day)

크로스핏의 목적은 신체 기능을 최고 수준으로 향상하는데 있고, 이 목적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크로스핏 내에서 이러한 것들을 직접 연구하거나 실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바타 훈련법은 크로스핏 철학과 궁합이 잘 맞는 훈련이다. 타바타 박사의 연구 이후 크로스핏은 ‘어? 우리 목적과 잘 맞는데? 해보자!’로 의기투합해 그 결과물을 공유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증명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한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바로, 클래식 크로스핏 WOD 가운데 하나인 ‘TABATA Something else’라는 훈련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정보력 좋고 스마트한 트레이너들은 이미 타바타 훈련을 적용해 활용하기 시작 했고, 미국 전역으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운동 시간은 짧으며, 체지방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제거되니 더할 나위 없었다. 그 후 몇 년간 유명한 몇몇 트레이너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Super Fat Burning’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으로 여러 가지 타바타 훈련 들을 올리며 활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타바타 훈련이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었다. 빨리 살은 빼고 싶지만 힘든 건 싫으니까. ‘이런 건 운동선수들이나 하는 거야’하고 사람들은 오늘도 어느 잡지나 인터넷에서 읽은 대로 걷기만 하면 체지방이 빠진다는 말을 믿고 오늘도 트레드밀 위에서 몇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 2012년 크로스핏게임 남자부 결승. 위 선수들 중 몸매를 가꾸기 위해 훈련하는 선수는 없다.
크로스핏은 고강도 훈련이다. 어느 크로스피터는 “내가 처음 크로스핏을 했을 때 WOD(Workout of the day)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6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뒤 누워 있었던 시간은 3시간 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특히 크로스핏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정말 이것만 하면 충분합니까?”

For Time of:
21-15-9 reps
Thrusters (95lb), Pull up

Thruster와 Pullup을 번갈아 가며, 21회씩, 15회, 9회를 하는 이 클래식한 WOD의 이름은 ‘Fran’ 이다. 두 가지 운동을 각각 총 45회씩을 하면 된다. 헬스의 일반적 프로그램으로 치면 비교적 적은 양의 훈련이지만 이 훈련은 시간을 측정하게 되어 있으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하는 아주 높은 강도로 운동하게 되어 있다.

▲유명한 크로스핏 WOD "Fran"

힘든 운동이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은 지겹도록 이야기 했고, 오늘은 체지방도 더 빨리 빠진다고 이야기 했다. 이걸 과학적으로 증명해보겠다. 크로스핏이 추구하는 기능 향상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강도, 즉 Intensity는 Power로 정의 된다. Power는 일(W)을 시간(T)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 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동차의 마력 같은 단위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Power를 생산해 내고 있으며, 이것은 비교적 간단한 공식으로 계산될 수 있다.

▲ Power는 일(W)을 시간(T)으로 나눈 값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차, 야구공, 심지어 달의 Power도 계산해 낼 수 있다. (달이 움직이는 시간을 재면 된다!) 공식에 따르면, Power가 더 높다는 것은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 낸다거나, 같은 양의 일을 더 빠른 시간 안에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자동차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 자동차가 일(W)을 한 것이고, 이 일(W)은 무게(F)와 거리(D)를 곱한 값이며, 이 자동차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으로 일(W)을 나누면 이 자동차의 성능(000마력), 즉 Power를 알 수 있다.

인간의 성능도 마찬가지다. (Human Power Output) 크로스핏이 실제로 우리 인간의 성능을 향상 시킨다면, 우리는 이것을 숫자로 표현해 낼 수 있다. P=W/T 라는 공식으로 말이다.

▲ 현대 과학은 당연히 인간의 성능을 계산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의 신체적 성능도 계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50회의 스쿼트를 한다고 해보자. 우리는 스쿼트 50회 라는 일(W)을 정했으므로 이 일(W)을 숫자로 환산하기 위해, 우리 몸이 중력에 대비해 가해진 힘, 즉 무게(F)와, 스쿼트를 할 때 우리 몸의 무게 중심점이 이동하는 거리(D)를 50번 더하여 곱해준다. 그럼 W=FD 라는 공식으로 우리는 일(W)의 양을 구했고, 이제는 스쿼트 50번을 하는데 걸린 시간(T)을 재기만 하면 된다!

내 몸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50번을 완료 한다. 만약, 걸린 시간은 2분 정도였다면 이제 다 나왔다. Power는 스쿼트 50번을 한 일의 양(W)을 2분이라는 시간(T)로 나누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Human power output 계산기에 따르면,

키 180cm에 체중 75kg의 사람이 스쿼트 50회를 2분에 걸쳐 했을 경우, 이 사람의 Power는 0.14마력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두 달 후, 이 사람이 한 번 더 스쿼트 50회를 테스트했는데 이번엔 1분이 걸렸다. 두 달간 이 사람은 열심히 운동 해 왔고, 우리는 이제 이 사람의 성능이 향상 되었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사람의 키가 변하지 않았고, 체중이 그대로 라면 Power는 0.28마력으로 정확히 두 배 향상된 것이다.

한 가지 운동을 가지고 비약적으로 결과를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이 사람이 그동안 다양한 크로스핏 WOD들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 왔다면, Power출력이 두 배나 향상되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즉, 같은 양의 일을 더 빠르게 해 낼 수 있는 능력,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더 좋은 신체적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지금이라도 당장 걷기 보다는 열심히 전력질주를 해 보겠다거나, 갑작스럽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해 보고 싶어 할 사람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멋진 몸매는 자연스럽게 따라 오게 되어 있다. 구글에서 CrossFit Before and after로 검색해 보라! 이런 사진들을 수두룩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강도 훈련, 크로스핏을 시작 하기 위한 준비

하지만 먼저, 올바른 동작을 익혀야 한다. 좋은 테크닉은 안전, 효율, 효과 이 세 가지 원칙에 의해 결정 된다. 물론 뛰어난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좋지 못한 자세로 강도를 높이는 일은 덜 안전하고, 덜 효율적이며, 덜 효과적이다. 그리고 웜업을 충분히 하고, 계속해서 스킬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크로스핏은 3일 훈련, 1일 휴식의 빈도를 권장 하고 있다. 조금 더 낮은 강도와 무게를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총 운동량을 줄여서라도 지속적으로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종종 처음 고강도 훈련에 노출된 사람 중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극심한 근육통을 겪는 다던가, 또는 두 번 다시는 크로스핏을 해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당연하다. 모든 일엔 과정이 있는 법, 당장에 고강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천천히 자신을 단련해 나가야 한다.

▲ 고강도 훈련, 크로스핏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올바른 동작을 익혀야 한다.
좋은 자세를 익히고 지속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점점 강도를 높여야 한다. 고강도 훈련은 정말로 힘들다. 하지만 위의 과정을 지키며 점진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에 노출 된다면 어느 샌가 마약 같은 중독을 느끼게 될 것이고, 매번 훈련 마다 더 높은 강도로 ‘푸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지금까지의 운동에서 한 번도 성취해보지 못한 정말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시작부터 죽기 살기로 매달려 보라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가 줘도 가져가지 않을 0.00001 마력의 몸을 고성능 슈퍼 바디로 바꿔나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크로스핏에 있단 점이다. ‘그래. 시작해야겠다!’ 이 하나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3-2-1-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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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ffects of moderate-intensity endurance and high-intensity intermittent training on anaerobic capacity and ˙VO2max
TABATA, IZUMI; NISHIMURA, KOUJI; KOUZAKI, MOTOKI; HIRAI, YUUSUKE; OGITA, FUTOSHI; MIYACHI, MOTOHIKO; YAMAMOTO, KAORU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8(10):1327-1330, October 1996.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투혼’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한 그를 국내 크로스피터들은 '조상님' 혹은 '두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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