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놈들아! 여기가 담배 피우는 곳이야?”
“에이, 저희는 담배 안 피워요.”
“그럼 뭐 하러 여기에 있는 거야?”
“친구들하고 만나기로 한 거예요.”
“이놈들아! 담배 해로운 거 너희들도 알잖아. 청소년기에 담배를 피우면 더 해롭다는 거 너희들도 잘 알지!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도 꼭 이런 데서 만나야 하냐?”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물론 그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운 녀석들이었다. 내가 다가가기 전에 담배를 피운 흔적을 지운 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다른 시도도 해보았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담배에 관해서 얘기를 걸어본다. 선생님 얘기도 해보고, 학교에서 금연교육을 하느니 마느니, 그런 시덥지않은 얘기도 하며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한 것은 담배는 무조건 나쁜 것이며, 우리 건강을, 그것도 청소년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나쁜 것이라는 것을 되뇌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하는 대답이란 금연교육을 받아도 별 소용이 없더란 얘기에다, 틀에 박힌 얘기를 할 뿐이다. 그만큼 청소년기부터 담배를 피워 물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한 탓이었다.

▲ 옥천읍내 골목이나 후미진 곳은 청소년들의 비밀 흡연장소로 아예 이름이 나 있다. 학교도, 경찰도, 어른들도 잘 알고 있지만 청소년 흡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옥천읍내 청소년 흡연장소. <옥천신문 자료사진>

몇몇 사람에게 물었다.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보거나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무슨 얘기를 해주느냐고? 돌아오는 답변은 다섯에 넷은 아이들에게 담배피우지 말라고 훈계를 하다가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사실 그런 걱정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문제는 바로 사무실 앞이 아이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다 보니 자주 모이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옥천읍내 골목이나 후미진 곳에는 소위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담배를 구하는 경로도 아버지 주머니에서 슬쩍 해오는 것 이외에 다양화되었다. 심지어는 각 학교마다 있게 마련인 나이 많은 복학생들이 주요 경로다. 담배를 사도 되는 나이에 다다른 복학생들이 사오면, 거기에 돈을 더 얹어 실제 담뱃값보다 비싸게 사서 피운다는 것이다.

담뱃값을 벌기 위해 아이들은 밤에 택배 일을 하거나 편의점 알바를 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알바비를 받으며 청소년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있다. 그러니 낮에 공부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여벌인 셈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단속을 벌이면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단속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경찰이 담배를 압수하면 ‘어른들은 피우면서 왜 청소년들에게는 피우지 못하게 하느냐’는 항의를 하기 일쑤이고, 담배 압수를 절도라고까지 표현하며 대들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공간에서 쉬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특히 경쟁만 강조하고, 입시가 먼저인 숨 막히는 학교생활 속에서 공동체와 우정 등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의 문제로 치환돼야 할 숙제가 되었다.

나름 숨 막히는 세상을 일찍부터 터득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즐기고, 무언가를 발산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한 세상이다. 한 곳에서 피우지 말라고 우격다짐으로 쫓아내봤자 그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해서 안 피울 것도 아닌데 차라리 조금만 피우라고 하는 편이 낫다고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얘기가 많이 생겼다. 시내 장터에 나오는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잔소리했다고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르고 도망쳤다고 안 하나? 대로변에서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기에 ‘옛날에는 어른들이 오면 담배를 숨기곤 했는데 너희들은 어른들이 와도 그냥 내놓고 피운다고 한 마디 했다가 싸울 뻔 했다는 얘기까지 많은 얘기가 나온다. 담배를 피우는 현장에서 훈계식 잔소리를 늘어놓는 나로서는 아직 그런 대응을 받지는 않았으나 가끔은 봉변당한다고 조심하라고 하는 말을 되새기곤 한다.

아이들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안단다. 담배 피우는 아이들이 문제 학생이라는 생각은 이제 지나간 생각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파악하고 있는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 비율과 아이들이 말하는 담배 피우는 아이 비율은 사뭇 다르다. 담배가 어느새 아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이 사회가 금방 망해버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들이 성년이 되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담배라는 물품에 자연스럽게 접하기도 하겠으나 문제는 담배라는 출구를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이 사회와, 어른들이 하루빨리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란 말이다.

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보면 그것이 먹히던 먹히지 않던 또다시 훈계를 하고, 건강을 들먹이며 설득하려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담배의 해악성과 청소년들의 심신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알아듣게 설명할 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청소년흡연이라는 문제가 단순한 아이들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얽혀 있으며, 어떻게든 이 실타래를 풀어야 할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음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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