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꽃이다. 주민들의 마음을 한 표, 한 표에 모아 당선자가 결정되는 것이니, 마음이 모이는 과정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놀라운 반전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기대 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 보기좋게 빗나갔던 것처럼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결과가 요동을 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 선거구로 되어 있는 보은, 옥천, 영동 선거구는 민주당이 수성을 하느냐,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직을 다시 가져가느냐는 기로에 있었다. 그러나 선거란 것이 민심을 반영한 것이듯, 첫째는 민주당 현역 의원의 아들이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느냐는 거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데다 돈을 뿌리는 선거전이 되면서 고소, 고발이 오가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불·탈법 선거전의 온상이 된 것인 양 비쳐졌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 현역 의원의 아들이 지역구를 승계한다는 주민들의 시선을 등에 업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각종 장학금 기부 등을 통해 선한 이미지를 쌓고 이름을 알려온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가 새로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뉴스1

그러나 박덕흠 의원의 당선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 또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막강한 재력을 갖춘 데다 자금 동원력을 이용한 부정 선거 의혹이 몇 가지씩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불·탈법 선거의 온상으로 비쳐진 보은·옥천·영동선거구의 이면에는 향응이나 기부행위, 금품과 관련한 많은 사건이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고장 선거가 어떻게 이렇게 되었느냐며 한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선거를 둘러싼 지역의 걱정은 비단 국회의원 선거만이 아니었다. 지역의 협동조합이나 각급 기관단체장 선거가 민선으로 치러지면서 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는 그동안 많은 말들이 있었다. 돈 선거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조합장 선거가 선거문화를 맑게 하지 못하는 진원지라는 시선도 받았다.

박덕흠 의원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부정 선거 의혹은 이른바 만리포사건이라고 불리는 회원 단합대회를 빙자한 향응 제공 혐의를 비롯해 육영아카데미라는 재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뮤지컬 등을 관람시킨 사건 등 여섯 건에 달했다. 이중 다수 주민들이 연관되어 있는 만리포관광사건이나 뮤지컬 관람 사건 등을 놓고는 전국적으로도 떠들썩하게 이슈가 되었다. 행사를 주관한 주관 측에서 박덕흠 의원을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실형이 선고되고 수백 명이 넘는 주민들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뮤지컬 관람 부분에 대한 참석했던 주민들의 적극적인 소송으로 과태료 취하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주관 측 피고들에게 실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한 검찰의 항고로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이와는 별도 건으로 박 의원의 형은 보은, 옥천 등에 회사를 차리고 월급을 주면서 고용한 직원에게 선거운동을 돕게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최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금까지는 박 의원이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는 있으나 직접 의원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 정점에 박 의원이 있고, 지시에 의해 움직였다 해도 심증만 있을 뿐, 결정적인 증거 등이 확보되지 않은 탓에 자신의 친형이나 친구, 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을 수행한 이들이 법의 심판대에 올라 실형을 선고받았어도 직접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해 의원 신분에 영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이 직접 연관돼 있는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이 10일 열려 박 의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이긴 해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이면 국회의원 직이 박탈된다는 점에서 이날 선고는 지역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준 운전기사에서 준 1억 원이라는 돈의 성격을 놓고 검찰은 기부행위이자 불법 선거운동, 박 의원 측은 정당한 퇴직금으로 준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불법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기부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아직 1심 판결이라 최종 판결을 알 수는 없으나 1심 재판부가 판단한 점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해 선거 이후 끊임없이 계속되는 선거 관련 재판에 시달려온 박 의원이기에 당적을 떠나서 국회의원이 송사에 휘말리지 않고 이제는 국회의원으로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하루빨리 무죄로 사건이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이와 함께 싫든 좋든, 선거문화를 거꾸로 돌려놓은 장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이도 만만치 않다. 물론 이건 정치색을 떠난 얘기다. 법 이전에 돈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불법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뜻하는 바를 이루려는 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상식으로 얘기돼야 한다.

어쨌거나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로 인해 우리 고장은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아니 배우지 못했다면 억지로라도 가르쳐야 할 민주주의 덕목이다. 돈과 권모술수면 국회의원도, 군수도, 군의원도 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는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걸, 2014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이제는 주민들이 나서서 깨우쳐주고,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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