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게 대형 건설기업은 광고를 풀어주는 돈줄’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특히 경제지가 더하다. 이런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게 최근 사실로 밝혀진 대우 청라푸르지오 부실공사 파문에 대한 경제지의 보도 태도이다.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한국경제TV, 연합인포맥스 등의 경제지는 청라푸르지오 아파트에 대한 부실시공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으나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우건설의 입장 발표에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청라푸르지오 부실공사 의혹이 콘크리트 파취 결과 사실로 확인된 시점은 지난 25일이다. 당시만하더라도 이들 경제지들은 광고주 대우건설의 악재에 대해 조용했다. 이들 경제지들이 부실시공 파문을 보도했더라도 고려한 것은 대우건설의 입장이었다.

이러던 이들 경제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대우건설의 입장에서다. 대우건설이 지난 1일 구조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이들 경제지들은 베끼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면 받는, 일종의 대우건설 확성기로 구조안전상 문제없다는 대우의 주장에 대해 묻고 따지지 않는다.

게다가 부실시공은 부실시공인데 ‘안전한 부실시공’이라는 논법을 설파한다. 이들 경제지는 성립할 수 없을뿐더러 용납할 수 없는, 철근을 빼먹는 ‘부실시공’도 대우건설이 했다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꿈꾸며 3년을 기다려온 수분양자들의 입장은 안중에 없었다. 오히려 부실시공으로 불안에 떠는 수분양자들이 별 것 아닌 문제를 과장하는 ‘나쁜놈’이 됐다. 이는 부실시공 파문과 관련해 최근 대우건설과 사용 승인을 내준 인천시가 몰아가고 싶은 방향과 일치한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뻔하다. 이들 경제지에게 대우건설은 광고주이자 충실한 독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경제지들은 건설 경기 불황을 건설기업과 함께 느끼고 있는 처지가 아닐까 한다.

특히 파이낸셜뉴스 보도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대우건설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모양새다.

파이낸셜뉴스 오승범 기자는 부실시공 제보자가 철근을 빼내고 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입주예정자협의회에 제보했다고 보도했다.

"제보자가 해당공사를 담당한 협력업체 A사가 공사를 진행한 철근작업반장 B씨를 얼마 전 공갈 및 공갈미수로 형사고발한 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B씨는 자신이 직접 작업을 담당한 해당층의 인방보 철근공사현장을 사진으로 찍은 뒤 건물준공 후 소속 협력업체 A사에 금품을 받아냈고, 이어 추가로 금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입주예정자협의회에 제보한 혐의로 A사가 형사고발했다."

A사의 형사고발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퇴직금 정산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제보자는 당시 건설현장에서 철근을 빼먹은 부실시공 문제를 지적했으나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당신 일이나 잘 하세요”였다고 한다. 제보자가 작정하고 부실시공하고 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명예훼손 소송도 가능할 문제로 보인다.

▲ 804동 콘크리트 파취 작업에서 내진 구조물 철근을 연결해 고정시키는 후크 철근이 발견되지 않았다. ⓒ 청라푸르지오 수분양자협의회 제공

또한 오승범 기자는 대우 청라푸르지오 부실시공의 한 부분에만 집중하며 안전에 문제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또 다른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내진 구조물 철근을 연결해 고정시키는 후크가 아예 시공되지 않았거나 후크 철근의 갈고리가 잘려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한 대우의 해명은 없었다. 그는 대우건설이 깔아준 멍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가 천재지변으로 무너지면 그때 가선 이런 경제지와 파이낸셜뉴스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부실공사의 주범 대우건설과 이를 눈 감아 준 인천시를 질타할 게 뻔하다. 그들의 반성, 기대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집단에 언론, 특히 경제지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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