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서는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일은 드물다. 민원이 많아도 작은 지역사회라는 특성 때문에 직접 얼굴을 내보이는 시위 현장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현상들이 부쩍 많아졌다. 사회가 변화하고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었으며, 주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음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1인시위를 하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장면을 언론매체 등에서 많이 접해온 우리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아직 작은 지역에 살고 있는 50~60대 주민들은 그럴지라도 이런 풍경이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다. 옥천에도 많은 현안들이 아직도 쌓여 있고, 현안 당사자들의 의견이 맞물린 채 풀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 ⓒ옥천신문

최근에는 주민들의 여론을 달구는 것이 옥천읍내 한복판에 들어서겠다고 하는 장례식장 문제이다. 현재 옥천에서는 가장 큰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이 들어서 있는 자리인데, 환자가 많다 보니 하루에 적어도 스무 명 이상은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생기고, 그렇다보니 병원 측에서는 유족들이 좀 더 편하게 모시게 할 수 있도록 장례식장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수개월 이상을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옥천읍내 주요 지점에는 장례식장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요지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가 장례식장을 하려는 위치가 경부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면 옥천톨게이트를 통해 시내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어서 옥천 이미지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둘째가 장례식장 위치가 옥천여중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시설일 뿐만 아니라, 인근 옥천고등학교, 옥천상고, 옥천중학교 등 각급 학교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 수시로 장의차량 등을 보며 통행해야 하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지금도 옥천 톨게이트에서 시가지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이 요양병원이 있는 자리가 교통혼잡지역으로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 정체가 심한 곳인데, 장례식장이 들어서면 교통혼잡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실제 교통혼잡 문제는 지금도 이 일대 도로 양편으로 주차된 차량 때문에 혼잡을 빚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기실 요양병원에서는 지하주차장이 있음에도 운영하지 않고 있어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례식장이 추가로 들어설 경우 교통혼잡은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장례식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처음 소문처럼 주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4월께다. 그러니 장례식장 얘기가 나온 것은 벌써 1년이 다된다. 일찌감치 인근 아파트와 상가 등 주민들은 장례식장 설립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을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학교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는 등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요양병원 측에서 실제로 옥천군에 기존 시설을 장례식장으로 변경하려는 허가신청서류를 접수함으로써 또다시 반대운동에 불이 붙고 있다. 요양병원 측에서는 환자들이 장례까지 종합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편의제공을 해야 하는 편의시설이 장례식장이라며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더욱 증가할 장례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도시 지역의 경우 중심가에 장례식장이 많이 들어서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반대하던 주민 분위기가 그동안의 이해와 설득을 통해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사실 등을 들어 이제는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함께 주변 교통혼잡 문제에 대해서도 장례식장에 설립되면 주차시설을 짓고,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물론 장례식장 운영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지역에 환원하겠다는 등의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병원 측 말대로 일부 주민이나 대표들이 예전과 다르게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장례식장 운영과 관련해 여전히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는 주민들과 아울러 학부모들은 매일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펼치며 반대시위를 계속하고 있어 어떻게 진행될 지 쉽게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허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옥천군의 중립적인 입장에 비추어 추진하는 이가 포기하지 않는 한 장례식장은 어떻게든 설립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민 민원을 핑계로 행정기관이 그 사업을 허가하기가 쉽지 않음을 인정하더라도,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장례식장처럼 주민들의 감성이 예민하게 작용하는 사업체의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 민원을 이유로 불허했을 경우 행정소송까지 각오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옥천군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관련돼 있는 민원이 산적해 있으며, 일부는 사업자의 의도대로 허가가 나기도 했다. 안내면 답양리에 짓기로 한 양계장은 옥천군의 건축 허가에 맞서 주민들이 옥천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역시 집단민원을 일으켰던 옥천읍 삼청리에 지을 조사료 가공공장 설립문제 역시 허가됐으나 민원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동이면 지양리 골프장 조성문제는 해당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체에서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군청 마당에 친 농성 천막이 그대로 유지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옥천군은 업체가 서류를 제출해야 검토하겠다는 얘기를 반복하며 인심 좋게도 무작정 기다려줬고, 업체 측으로부터 서류를 완비해 제출하겠다고 얻은 기한이 오는 9월이다. 이를 두고도 2011년 11월에 주민제안서 형태로 서류를 제출해 골프장 조성을 공식화했던 터에 어떻게 행정기관이 민원서류를 한정 없이 기다릴 수 있느냐며 말이 많다.

어쨌든 사람이 사는 곳에 민원이 없을 수는 없다. 주민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느껴질수록 그 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되묻는다. 법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주민 정서나 민원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느냐고.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추진하는 일이니 어쩔 수 있겠느냐고 같은 입장만 되풀이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옥천군에서는 군정배심원제 같은 민원해소 제도 등을 운영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배심원제 역시 법을 적용하는 데에서는 정답이 되지 못한다.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 이익을 얻기 위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행정기관은 크고 작은 집단민원에 1년 내내 시달려야 한다.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삶의 질을 지켜야 하기에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더 이상 주민들의 요구를 님비 현상 등으로 일축하며 무시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음을 느낀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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