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화를 영화로 만들 때 원작 그대로 만들지 않고 가공해서 스크린에 선보인다. 원작에 ‘재해석’이라는 가공 과정을 거치면 백설공주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미녀와 야수는 <비스틀리>, 빨간모자는 <레드 라이딩 후드>로 다시 태어난다. 헨젤과 그레텔도 마찬가지다.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로 만든 집에 들어가 괴롭힘을 당하다가 마녀를 통구이로 만들고는 무사히 집에 돌아온다는 동화를 영화는 ‘잔혹 동화’로 비튼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는 동화가 만들어질 당시 원작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는 끊임없이 춤을 추는 발을 자르고 나서야 비로소 끔찍하게 춤추는 형벌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더 끔찍한 건 잘린 발이 춤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춤을 춘다는 점이다. ‘장화 홍련’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장화와 홍련이 살아있을 때 이들 자매를 핍박하고 음해하던 계모는 능지처참을 당해 팔과 다리가 뚝뚝 떨어져나간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은 그 옛날 동화들이 피칠갑으로 무장했던 것처럼 ‘잔혹’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몸이 터지고 머리가 날아가고 사방으로 피가 튄다. 창자는 순대가 된다. 헨젤과 그레텔은 중세판 ‘블레이드’ 혹은 ‘반 헬싱’이다. 블레이드가 흡혈귀를 미워하고 박멸하는 것처럼 헨젤과 그레텔 역시 마녀를 패고, 쏘고, 통구이를 만든다.

성인판 잔혹 동화가 된 건 왜일까. 헨젤과 그레텔이 어릴 적 마녀에게 사로잡혔다는 트라우마에 대한 반감으로 마녀를 살육하는 탓도 있겠지만 처음 마녀를 퇴치한 이후 줄곧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하다. 어릴 적 마녀에 대한 적개심이 ‘지구상에서 마녀를 박멸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되어 마녀를 사냥감으로 택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중세이긴 하지만 장총과 LP가 보이고 심지어는 다연발 자동기관총이 등장한다. 무기의 성능은 현대에 가깝지만 디자인은 현대 무기의 디자인이 아니라 20세기 이전의 디자인을 채택한다. 헨젤과 그레텔의 의상 역시 중세시대 복식이 아니다. 스팀펑크의 세계관을 따른 결과물이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은 중세에 스팀펑크라는 시대관을 덧입힌 퓨전 중세물이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은 <블레이드>나 <반 헬싱>처럼 비주얼의 롤러코스터로 승부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두 영화와는 차이점이 있다. 반 헬싱이나 블레이드는 흡혈귀를 제압하되 쩔쩔 매지 않는다. 일사천리로 흡혈귀를 박살낸다.

하나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를 제압하되 초인적인 육체가 아니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마녀를 사로잡거나 죽일 때 무기가 없으면 얻어맞고, 나가떨어지고, 뒹군다. 육체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녀를 사냥하는 히어로물인 듯하면서도 육체적 한계를 슈퍼히어로의 초인적인 능력으로 치환하지 않는다. 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재간 역시 다른 히어로물과는 다른 점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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