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이 방영 3회 만에 경쟁작 <전우치>를 눌렀다고 한다. 개연성 없는 전개로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대풍수>는 말할 것도 없고, <7급 공무원>이 수목극의 왕좌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시청률을 제외한 드라마의 전개 과정으로만 봤을 때 과연 이 드라마를 성공작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배경이 어떻든 간에 한국 드라마는 그 안에 사랑 이야기를 집어넣는 경향이 강하다. 병원이건 회사건 상관없이 드라마의 배경은 두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서포트하기 위한 보조 장치에 불과하니 말이다.
국정원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신입 요원을 양성하는 훈육 과정이라면 엄격함과 프로정신으로 무장해야 과정을 이수할 수 있을 것이다. 3회 방영분에서 김원석(안내상 분)은 국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 장면이다.
한데 이 와중에 김원석은 상금 500을 내걸고 국가를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신입 요원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때 김서원이 손을 들고 무대 위로 나와 신입 요원들 앞에서 과감하게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곁들인다.
국정원 신입 교육과정이 돈에 눈 먼 신입 요원의 욕심에 학예회 ‘장기자랑’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국정원 신입 요원 훈육과정을 학예회급으로 만들어 시청자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
국정원이라는 배경의 엄숙주의를 탈색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분히 이해되지만, 캐릭터를 솜털처럼 가볍게만 다루려다가는 드라마의 퀄리티마저 솜털같이 되어버린다는 걸 <7급 공무원>은 명심해야 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