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봉 영화 중 몇몇 작품은 실제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잭 리처>에서 시민 다섯이 총격을 입는다는 영화 속 설정은 코네티컷 총기 난사 사건과, <7번방의 선물>에서 용구(류승룡 분)가 수감되는 사건은 나영이 사건 혹은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처럼 실제로 민감한 사회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피를 흘리며 시장에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인공호흡을 한 것이 그만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것으로 오인받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신파가 태동하는 지점은 용구가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아동 성폭행 피의자가 되면서부터다. 죄 없는 사람이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다는 설정부터가 관객으로 하여금 용구에게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이 영화를 만든 이환경 감독은 <각설탕>, <챔프>처럼 동물 신파를 주로 다루던 감독이다. 자신의 강점인 신파를 영화에 녹이기 위해 이전작의 ‘동물’을 ‘사람’으로 바꾸고 자신만의 강점을 스크린에서 설파한다.

그리고는 관객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용구가 자신의 무죄를 법정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욕구를 한껏 부풀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일본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성추행 용의자로 기소된 주인공이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사법부의 정의를 묻는 영화다.

그렇다고 영화는 사회 고발극과 신파의 수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를 테면 <7번방의 선물>은 ‘잡탕밥’이다. 신파라는 메인 메뉴에 판타지와 코미디라는 전채를 곁들인다. 용구 주위에 있는 동료 수감자들의 빵빵 터지는 대사를 통해 코미디는 꽃을 피운다. 가령 용구를 향해 “상태 왜 저래?”라고 툭 내뱉는 소양호(오달수 분)의 대사는 <박수건달> 못잖은 웃음을 선사한다.

용구의 어린 딸이 용구가 있는 감방에 들어와 아버지와 함께 산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판타지의 영역이다. 이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살 수 밖에 없는 수감자의 딸을, 수감자인 아버지가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극적 장치다. 용구와 함께 수감된 7번방의 수감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용구와 그의 딸을 도와준다는 설정 역시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과도한 판타지적 설정에 다름 아니다.

용구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7번방의 죄수들만 그런 게 아니다. 교도소장(정진영 분)도 판타지의 연장선에 있다. 용구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게 되면서부터 용구의 무죄 방면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교도소장 역시 주인공을 위해 헌신하는 판타지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신파와 코미디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법 체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망가져 가는가에 관해서도 주목해야 할 영화다. 관객들로 하여금 작정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 영화니 손수건 지참은 필수다. 하지만 <박수건달> 못잖게 빵빵 터지기도 하니, 냉탕과 온탕을 자유자재로 오갈 관객이라면 추천작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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