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의 14회는 기간제 교사 정인재(장나라 분)가 극적으로 학교에 남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임정수 교장(박해미 분)에 의해 학교를 떠날 뻔했던 정인재가 동료 교사들의 의기투합과 2반 학생들의 탄원서 덕에 계속 학교에 있게 된 건 학생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 한 교사의 교육열이 꺼지지 않고 다시 타오르게끔 만들어준 극적인 사건이었다.

동시에 14회는 갱생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회에 오정호(곽정욱 분)는 동네 양아치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봉변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때 학교 학급비를 들고 나타난 고남순(이종석 분) 덕에 오정호는 빚을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남순과 박흥수 그리고 오정호와 그의 친구들은 학급비를 급히 메꿔야 하는 위기에 직면한다. 고남순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신용을 잃는다.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오정호의 빚을 갚기 위해 학급비를 유용한 상태라 그렇다.

짧은 시간에 그 큰 돈을 만드는 것은 학생 신분의 오정호와 그의 친구들에게는 벅차기만 하다. 더군다나 오정호는 자기 성질을 다스리지 못한 탓에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뷔페 아르바이트에서 쫓겨났다. 고남순이 생활비를 움켜쥐고 펑크 난 학급비에 보태고, 남의 일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송하경(박세영 분)이 도와줘도 7만 원이나 모자란다. 그런데 얼마 후 오정호가 기적처럼 돈을 들고 나타난다. 모자라는 학급비로 쩔쩔 매던 고남순에게 한 줄기 빛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돈을 메꾸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번엔 신혜선의 핸드폰이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남순이 학급비를 메꾸자마자 핸드폰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남경민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격으로 고남순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뒤이어 체육시간에 등교한 오정호도 의심을 받는다.

그런데 학교로 찾아온 경찰이 연행한 이는 고남순도, 오정호도 아닌 박흥수(김우빈 분)였다. CCTV를 돌려본 결과 오정호는 체육시간 이후 등교했고, 체육시간에 나오지 않은 박흥수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더군다나 보호관찰대상 학생이라는 명분은 경찰로 하여금 박흥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신혜선이 핸드폰을 분실당한 비슷한 시각에 계나리가 학교에서 조퇴했다는 점을 경찰이나 담임교사, 반 학생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박흥수는 경찰에 연행됐다. 치기 어린 시절에 찍힌 보호관찰대상이라는 ‘낙인’이 손쉽게 절도 용의자로 지목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공식이 보호관찰대상이라는 주홍글씨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주홍글씨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오정호도 마찬가지다. 만일 CCTV가 없었다면 박흥수가 아니라 오정호가 경찰에 끌려가는 봉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정호는 지금 학교와 범죄의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청춘이다. 갱생의 길을 걷고자 그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우격다짐으로, 욕설로만 일관하던 오정호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학교로부터 튕겨나가도록 만드는 건 주홍글씨와 같은 시선 때문이다. 오정호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덤탱이를 쓸 뻔 했다. 보나마나 핸드폰 절도 용의자는 질 나쁘고 손버릇 나쁜 오정호일 것이라는 편향된 시선 때문이다.

갱생의 삶을 살고자 해도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건 드라마 속 오정호와 박흥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리라.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새 출발을 하고자 해도 다시금 그런 잘못을 저지를 것이라는 삐딱한 시선, 주홍글씨의 낙인을 심는 시선 때문에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학교 2013>의 14회 방영분이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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