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아
'촛불집회' 취재를 위해 우비를 입고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나간 자리였다. 시민들과 경찰의 '격한' 대치상황을 머릿속에 두고 있었건만 이게 웬일? 시민들의 '해방구'로 변한 광화문 일대는 완전히 '놀자판'이었다.

72시간동안 계속 진행되는 시위니 시민들이 알아서 잘 쉬어가며 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데모'라는 말 보다 '축제의 향연'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법했다.

한쪽에서는 바이올린과 기타가 등장한 '작은 콘서트'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난데없는 난타 공연이 펼쳐졌다. 몇몇 연인들은 '얼짱각도'로 휴대폰 사진을 찍고 있기도 했다.

그 와중에 또 몇몇 시민들은 전경들을 향해 '비켜라'를 외치고 있었고, 또다른 시위대 무리는 '어청수 때문에 화가 난다. 도저히 못참겠다'며 갑자기 경찰서로 달려갔다. 새벽이 넘어면서 시내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고, 오전에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경찰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자리인 '촛불집회'는 얼핏보면 비장하고 준엄한듯 보여도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도 '유쾌'하다. 시민들은 이따금 전경들을 향해 "노래해" "너희도 피곤하지"라고 외치며 빵을 던져준다.

취재를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저녁 11시경 편의점과 토스트 가게와 편의점 앞에 몰려있는 한 무리의 시민들을 발견했다. 촛불집회 야식으로 자장면이나 족발을 시켜먹기는 좀 부담스러웠을까. 많은 시민들이 과자와 토스트, 맥주, 오징어, 김밥 등을 사서 광화문의 '해방구'에서 먹으며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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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탄핵하라" "어청수 물러나라" "전면 재협상해라" 등의 구호를 외쳐 허기진 그들은 먹고 놀다가 다시 원기를 재충전해서 시위를 시작할 것이다.

함께 시위에 나온 연인과 셀카를 찍고 '데이트질'을 해도, 노래 공연을 구경하며 함께 춤을 춰도, 배고프면 토스트 사먹으러 달려가도, 시위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표출할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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