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건달>은 기존의 조폭 코미디 장르에 무속, 혹은 심령물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조폭 코미디다. 보스에게 신임 받는 전도유망한 조폭 광호(박신양 분)는 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비열한 태주(김정태 분)에게 습격을 받는다. 태주의 칼을 맨손으로 막은 광호는 손금의 운명선이 바뀌는 바람에 신내림을 받아 낮에는 박수무당, 밤에는 조직의 세계에 몸담는 이중생활을 한다.

조폭 코미디에 심령물을 결합한다는 영화의 설정은 다소 낯설어 보이는 시도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가 물과 기름처럼 동떨어보이지 않는 건 브루스 윌리스의 <식스 센스>처럼 죽은 사람이 보이는 박수무당 광호라는 캐릭터 설정이 후반부 동선과 긴밀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일 광호가 신내림은 받되 죽은 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죽은 이의 한을 풀어주는 중매자로서의 역할을 감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보스 및 미숙(정혜영 분)과 정신적인 유대를 형성하지도 못한다.

<박수건달>은 <식스 센스>와만 궤를 같이하지는 않는다. <무간도>처럼 두 조직에 몸담은 조폭의 일상을 그리기에 그렇다. 낮에는 진한 화장을 한 채 박수무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밤에는 무당의 화장을 싹 지운 채 원래의 일상인 조폭의 세계로 돌아간다. 낮에는 여성적인 화장과 중성적인 목소리로 살아야 하는 박수무당, 밤에는 조폭 본연의 세상인 남성의 세상으로 환원하는 게 광호의 일상이다.

조폭영화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조폭 주인공이 위기에 봉착하는 지점이 대개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아닌 내부로부터 위협이 닥친다는 점이다. 이 법칙은 <달콤한 인생> 혹은 <회사원>에서 주인공이 몸담고 있던 조직이 하룻밤 사이에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뒤바뀌는 아이러니와도 같다.

최근 가문의 영광 시리즈인 <가문의 귀환>도 그렇고 <박수건달>도 그렇고 광호 인생의 최대 위기는 상대 조직이나 계파가 아닌 내부의 적, 태주로부터 시작한다. 태주가 사주한 계략에 의해 박수무당은 칼날에 베일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광호의 부하들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 지점은 <박수건달>이 무당 이야기나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곁가지 이야기에서 본래의 이야기인 조폭 이야기로 돌아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박수건달>은 조폭 코미디라는 원래의 줄기에 무속과 심령물도 모자라 ‘감동’이라는 코드까지 곁들이고자 한다. 마치 <헬로우 고스트>가 귀신 이야기에 감동을 곁들이고자 노력한 것처럼 <박수건달>은 조폭 코미디와 심령물, 감동이라는 삼종세트를 한 바구니 안에 담고자 노력한다.

웃음의 강도는 최근 나온 조폭 코미디 가운데서 가장 밀도가 높다. <가문의 귀환>이 산발적인 웃음을 ‘가끔’ 터뜨리게 만드는 데 반해 <박수건달>은 지속적으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대신에 ‘감동 강박증’을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코미디라는 장르 가운데서도 반드시 ‘감동’을 심어주어야겠다는 강박 증세가 보이는 것 같아 이 부분은 살짝 아쉽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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