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희망찬 계사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여러분은 남극의 펭귄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영하 45도, 초속 50미터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얼음판 위에서 펭귄들은 무리를 지어 몸을 최대한 붙이고 서서 서로의 온기를 골고루 나누며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다고 합니다. 새해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간에 정을 나누며 문화로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최광식 장관께서 내게 보낸 연하장이다. 아마도 문화부 장관에게 새해 인사장을 받은 것은 처음일 듯싶다. 우선 감사드린다. 존재감도 없을 시골 주간 지역신문까지 챙겨주신데 대한 감사인사다. 이런 거 보면 우리는 아직 멀었단 생각한다. 장관께서 보내주신 연하장 하나에 감사할 정도로 지역의 작은 주간신문들은 정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관에게는 말 한 마디 안했지만 연하장 공개하는 거다. 연하장을 글감으로 썼다고 괜한 오해는 마시길 바란다. 장관의 연하장 안에 내가 바라던 바가 다 들어있어서다.

새해 바람 부분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간에 정을 나누며 문화로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인사가 맘에 든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8월 31일 문화부앞에서 지역신문 고사를 방임하고 있다면서 문화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지난해 우리는 문화부의 직무유기로 매년 국가예산에서 기금으로 지원되는 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예산이 신청조차 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이에 정부예산으로 확보해주기를 요구하며, 멀리 한반도 땅 끝에서 서울까지, 수도 없이 오가며 발품을 팔고, 문화부 국장부터 담당자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문화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노력을 했다. 우리 같은 지역신문이야 한 명이 빠지면 당장 광고에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는 신문 제작까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전체 지역신문 지원제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운영을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문산업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절박했다. 그런 노력 끝에 문화부에서 애초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문화부 자체적으로는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는지, 문제예산이나 미결예산 등의 명목으로 나중에야 신청하다가 기획재정부로부터 거부당했던 예산을 국회 문방위로부터 200억 원을 증액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은 한 푼도 세워지지 않았다.

2012년 본예산에서 한 푼도 세워지지 않았던 전례가 반복된 것이다. 문방위에서 증액시킨 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탓이다. 문방위에서 약속했고 증액했던 200억 원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을 끝까지 챙기지 못한 우리를 먼저 탓해야 하겠으나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문화부에 책임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적으로 기금을 확보하도록 되어 있으며, 3년마다 지역신문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는 문화부는 애초 2013년까지 440억 원의 기금을 확보하겠다고 기자회견하고 방침을 밝혔다. 3년 동안 확보된 예산은 불과 40억 원. 문화부가 약속했던 400억 원 예산을 능력이 없어 확보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역신문에 대한 중요성을 말로만 했던 거지, 실제로는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200억 원이 문방위에서 증액되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고, 차관은 주간 지역신문 대표들과 간담회까지 하며 그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면 그 예산 정도는 챙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우리는 1월 1일 새벽에 통과된 2013년 예산에 지역신문발전기금이 단 한 푼도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신문 선정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해남신문 이웅 대표는 회원사들에게 ‘죄송하다’는 문자로 이 사실을 알렸다. 도대체 누가 죄송해야 할 사안인가? 2013년 예산이 4조원이 넘었다고 자축하는 문화부가 언론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여론 다양성 확보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지역신문발전기금 200억 원도 아깝다며 매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그리고는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시켜주면 하겠다는 무성의한 태도 또한 매년 같은 상황이 되어 있다. 장관의 새해 인사장 내용에 있는 ‘더불어 함께’는 누구와 함께 하겠다는 말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실제 지역신문이 제대로 여론 다양성 확보와 지역의 건강한 언론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제발 이러지 않기를 바란다. 기금 예산 본예산에 넣어야 한다. 지역신문 대표들이 찾아갈 때만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 아니라 정책 의지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장관 인사장에서 쓰신 대로 우리 지역신문들은 이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려고 무리를 지어 몸을 최대한 붙이고 서서 온기를 나누는 펭귄처럼 앞으로 더욱 강도있는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지역신문을 더 이상 혹독한 추위로 내몰지 않으려면 추경에서 반드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확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강력히 요구한다. 이마저도 없다면 정말이지 문화부는 언론을 담당할 자격조차도 없는 부처로 간주하려 한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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