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동통신사의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는 국회 법개정 사항이며 이동통신사들의 가격 경쟁을 불러일으킬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단통법 폐지 전이라도 시행령 개정으로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행령만 가지고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라는 질문에 "단통법은 폐지가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회와 협의가 잘 안 된다면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도 여러 가지 궁리하고 있는데, 자세히 밝히기가 좀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달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방침이 공식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신규가입·번호이동의 경우 단통법 적용에 예외를 두는 시행령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차별적 지원금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30만 원으로 제한하고, 이동통신사 간 통신요금 할인 경쟁을 유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도입됐다. 이후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선택약정 25% 할인 등의 방식이 자리잡았지만 가계통신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통신요금은 내려가지 않았다.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면서 누구나 차별 없이 휴대전화를 구매한다는 취치도 퇴색됐다. '특정 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고, 이통사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로 통신 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단통법이 처음 도입됐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이동통신 시장이 레드오션인 데다 이통사 간 시장점유율이 고착화 된 상황이다.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과 마케팅 비용만 늘어 다른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열고 단말기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열고 단말기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는 지난달 22일 논평에서 "단통법 폐지를 통해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촉진시키고 가계통신비 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은 실상을 모르는 소리"라며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은 더 큰 총선용 '가짜 민생' 대책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단통법이 도입되던 2013-2014년 경만 하더라도 LTE 서비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이통3사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고객 빼오기 경쟁’을 벌였고, 휴대폰 단말기 회사도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이 치열한 장려금 경쟁을 벌이던 시기"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6천만 회선에 달하는 시장포화 상황인데다가 5대 3대 2의 시장점유율이 장기간 고착화되어 왔고, 삼성전자가 사실상 국내 단말기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조금·장려금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의 ‘요금거품’인 공시지원금을 축소해 이동통신요금을 완화하고,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해 통신시장의 투명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단통법을 애초 취지에 맞게 보완해야 했음에도 수수방관해왔다"면서 "지금 단통법을 폐지하면 이통사들의 불법보조금으로 시장이 혼란해져 극소수의 소비자만 이득을 보고 그 부담이 마케팅비라는 명목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분리공시제는 소비자가 휴대전화을 살 때 받는 지원금의 출처를 구분해서 공시하는 제도다. 이통사의 지원금과 휴대전화 제조사의 장려금이 얼마인지 각각 투명하게 밝혀 단말기 가격 경쟁과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조승래 의원은 지난달 23일 성명에서 "단통법이 폐지되면 지원금의 이용자 차별, 디지털 정보력이 취약한 국민의 호갱화, 알뜰폰 사업자 및 제4이통사의 고사 우려, 무절제한 지원금 확대로 단말기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 증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표 구걸용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단통법 폐지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의 실행 로드랩을 만들어 이용자 후생 확대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선거용 포퓰리즘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국회 논의에 성실히 참여부터 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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