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남편이 아내를 바다에 빠뜨려 죽였다는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며 헉하고 말았다. 댓글을 읽어 내려가다 시선이 멈췄다. 댓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이제 결혼도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네. 언제 남으로 돌아설지 모르잖아. 한 침대에 누워 있어도 등 돌리면 남인데 마음이 변하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하며 살아야 하네.”

놀라웠다. 마음이 변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내가 그 말을 강하게 부정하지 못한다는 것에 더 놀랐다. 배우자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같이한다기보다 결혼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같았다.

얼마 전 제자가 결혼에 관해 물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혼할까요? 그냥 결혼해 버릴까, 하는 마음이 자꾸 생겨서요.” 제자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남자는 내가 많이 좋대요.” 제자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글쎄. 하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섣불리 결혼해라 말하지 못하겠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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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지 몰랐던 것 같았다. 서로 사랑을 해도 싸우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게 결혼이다. 신뢰로 다져진 관계가 아니라면 결혼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긴 시간 사랑하고 연애하고, 동거하고 결혼해도 죽도록 싸우다 헤어지는 부부도 많다. 파국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건 대부분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은 긴 시간 연애했느냐 하지 않았냐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 짧은 시간 연애하고 오래도록 마음을 나누며 진심으로 사랑하며 사는 커플도 많다. 신뢰가 바탕이 된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이 매일매일 좋고 즐겁기만 할 수 없다. 나와 다른 사람이 만나서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시댁 혹은 처가 식구들이 있다. 자주는 보지 않는다고 하여도 모른 척하고 살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결혼은 하면 이들은 옵션처럼 따라오는데 이들과 생각을 같이하고 살기가 쉽지 않다. 부부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며 함께하기 어렵다.

최근 뉴스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남편을 죽이는 범죄를 자주 보게 된다. 남편이 아내 보험을 든다면, 아내가 남편 보험을 든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며 웃는 사람들도 보았다.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부부도 서로 믿지 못하는 웃픈 사회가 되었다.

부부 관계만이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를 믿지 못하고, 가까운 이웃을 믿지 못하고,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를 믿지 못하고, 국민을 지키는 경찰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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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새로운 소식을 정확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게 뉴스이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모두 국민에게 전해진다. 나쁜 소식을 보면 슬퍼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좋은 소식을 듣게 되면 흐뭇하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근래에 본 뉴스는 대부분 나쁜 소식뿐이다. 뉴스의 본래 목적이 꼭 나쁜 소식만 전하는 게 뉴스인 것처럼 최근 뉴스는 무섭고, 화나고, 슬프고, 우울하다. 정치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좋은 뉴스가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때, 밤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 때 뉴스는 보지 않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뉴스를 보고 있으면 피로감이 배로 느껴진다.

약한 사람만을 타켓으로 하는 폭력에, 아기를 사고팔고 부모를 죽인다는 패륜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학폭에, 선생님을 화풀이 샌드백처럼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모든 걸 알고도 모른 척하는 학교에, 어제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빛나던 인물이 오늘은 아니라는 뉴스 브리핑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리고 농담처럼 혼잣말해본다. 이 모든 게 가짜뉴스였으면.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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