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사단' 딱지에 대해 "흉측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검사' 낙인찍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중앙일보는 28일자 30면 칼럼 <공당의 끔찍한 좌표찍기>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하는 검사 16명의 이름과 10명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것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이 비밀조직이 아니므로 누가 어디에서 어떤 수사를 하는지를 아는 게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며 "수사받는 쪽에서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중앙일보는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신봉을 말하는 공당이 16명을 선별해 이름을 내걸고 그중 열 명은 얼굴까지 공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해당 검사들은 이제 밤길 인기척에 놀라고 가족과의 주말 나들이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28일자 중앙일보 칼럼.
28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공당이 검사들의 개인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정치권이 압력을 가하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검사는 고위공무원으로 '공인'이다. 검사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은 "검사는 공인"이라며 "명단 공개에 겁을 먹는다면 그는 이미 검사로서의 자질과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 검사가 그런 졸장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尹(윤) 사단' 딱지도 흉측하다. 대통령·법무부 장관과의 업연이 있는 검사들인데, 한때 같이 일했으면 지시하는 상관과 따르는 부하 역할을 계속한다는 유치한 발상의 결과물"이라며 "'계파 패밀리'로 뭉쳐 충성을 요구하고 바치는 이들 눈에는 세상이 다 그렇게 보이나 보다"라고 썼다.

이런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일부 검사들에 대해 '친문 검사' 딱지를 붙였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친문 검사' 키워드를 입력하면 검색되는 기사만 수십 개에 달한다.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친문' 딱지를 붙인 건 2020년 1월 9일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 <文정권 친 윤석열 손발 다 자르고, 친문 앉혔다…검찰 대학살>, <친문 중앙지검장·검찰국장 앉히고…윤석열은 대검에 갇혔다>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들은 모조리 한직으로 밀려나고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친문' 인사가 배치됐다는 것"이라고 썼다.

2020년 1월 9일 중앙일보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2020년 1월 9일 중앙일보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는 2020년 1월 13일 기사 <이성윤 취임 첫 일성 "검찰권 행사 절제"…靑입장과 똑같았다>에서는 이성윤 검사장을 지목해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으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2020년 1월 20일 기사 <"장삼이사도 안하는 추태" 추미애, 과거 "이회창 놈" 취중욕설>에서는 심재철 전 검사장을 지목해 "심 부장은 대표적인 친문(親文) 검사로 알려져 있다"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2020년 1월 21일자 사설 <수사 방해 인사 해놓고 "기강 바로 세우겠다"하는가>에서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참모와 일선 지검장들이 다 날아가고, 그 자리에 현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친문(親文) 검사’들이 포진했다"고 썼고, 2020년 1월 22일 <윤석열, 이성윤에 첫 대면보고 받아···현 정권 수사 등 논의> 기사에서는 "친문 인사인 이성윤 지검장이 부임하면서 현 정권 관련 의혹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020년 2월 18일 <[이철호 칼럼니스트의 눈] “윤석열이 맞고 추미애가 틀리다”> 칼럼에서는 "좌천된 검사들은 '마음이 편하다'며 담담히 유배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거꾸로 친문 검사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이성윤 검사장, 김오수 전 검찰총장, 심재철 전 검사장을 언급하며 "인사로 검찰을 지배하기는커녕 친문 검사들이 조직에서 배척받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020년 12월18일 <"추미애 마지막 숙청설 돈다, 조남관도 무사하지 못할 것"> 기사에서 "윤석열 총장의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물러나고 검찰 내 대표적인 ‘친문 라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그 자리에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021년 4월 20일 <피의자 이성윤, 검찰총장 자격 있나> 사설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이 정부 들어 '친정권 실세 검사'로 불려 왔다"며 "'친문 검찰총장'을 내세워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발상을 여권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과 법치주의에 도전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5월 18일 <이원석 대검차장, 김후곤 서울고검장…이두봉 포함 차기 총장 3파전> 기사에서는 대검찰청 감찰1과장에 정희도 검사가 발령난 것을 거론하며 "친문(親文) 인사로 분류되는 한동수(56·24기) 대검 감찰부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14일 <한동훈도 좌천됐던 그 자리…'검사 유배지' 증원에 검사들 떤다> 기사에서 "현행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 최대 정원(4명)은 지난달 18일 단행된 한동훈 장관 체제 첫 검찰 인사에서 모두 채워졌다"며 "이성윤(60·23기)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53·26기)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54·27기)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53·27기)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찰 내 대표적인 '친문(親文)' 검사들이 발령받으면서"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23일 중앙일보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월 23일 중앙일보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는 지난 6월 16일 <서지현 "정부는 날 미친X 취급하는데, 美대사관 편지에 울컥"> 기사에서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서 검사를 겨냥해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성향을 드러내 온 서 전 검사"라고 적었다. 같은 달 23일에는 <尹정부 첫 검찰인사 후폭풍…친문 좌천 검사들 줄사표 던졌다> 기사에서 최성필 전 대검 과학수사부장을 지목해 "'친문(親文) 검사'로 분류되는 그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근무한 당시 이성윤 검사장과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채널A 사건' 무혐의 처분을 막았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28일에는 <중앙지검 반부패1·2·3도 '尹라인'…장관부터 부장까지 싹갈았다> 기사에서 "'친문(親文)·반윤' 검사로 꼽혔던 박은정(29기) 성남지청장은 광주지검 중경단 부장, 김형근(29기) 부천지청장은 서울고검 검사 등으로 좌천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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