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현정 칼럼] 그야말로 미디어를 통한 ‘연애’의 전성시대다. 지상파든 종편 채널이든 할 것 없이 연애에서 결혼, 이혼 후 새로운 만남까지의 과정 등을 그린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MBC의 <결혼 지옥>, MBC every1의 <다시, 첫사랑>, SBS플러스의 <나는 솔로>, MBN의 <돌싱글즈>, 채널A의 <하트시그널>, 티빙의 <환승연애>, <결혼과 이혼 사이>, 그리고 글로벌 OTT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등 ‘첫사랑’ ‘돌싱’ ‘전 애인’ ‘위기의 부부’ 등 구체적 소재 설정의 차이만 있을 뿐 남녀 사이의 문제를 시청자가 관찰자의 시점에서 관망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리얼리티 연애 예능 〈돌싱글즈〉, 〈나는 솔로〉, 〈환승연애2〉 포스터
리얼리티 연애 예능 〈돌싱글즈〉, 〈나는 솔로〉, 〈환승연애2〉 포스터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을 소위 ‘연반인’이라고 지칭한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다. ‘연반인’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섭외했다는 점에서, 출연자들은 각자 소정의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출연한다는 점에서 우리 주변 대다수의 사람들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그러나 방송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시청자들과 다르지 않은 일반인임을 수시로 주지시키면서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하며 시청률을 위한 기름을 붓는다. 한편으로는 일반인이라는 외피를 썼지만 차별화되는 약간의 ‘특별함’을 가미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오는 시청자들의 공감과 또 그만큼의 반감은 이런 프로그램이 역사상 최악의 혼인율, 출산율과는 정반대로 아주 잘 팔리는 상품으로 성장하게끔 했다.

문제는 방송이 그 이후에 출연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의 삶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 보다 자극적으로 촬영분을 편집하여 내보냈지만, 시청자들의 과몰입으로 인해 출연자가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비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최근에는 프로그램 방영 이후 도를 넘는 악플을 견디지 못한 출연자가 악플러들을 고소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신상까지 모두 의도치 않게 노출되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글을 SNS에 게시한 출연자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사나 제작사는 이런 문제에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 포스터
채널A 〈하트시그널〉 포스터

물론 출연자들 중 일부는 이미 모델, 유튜버, 연예인 지망생,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돌아올 대중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또 그들 스스로도 애초에 그런 유명세(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지 무관하게)를 얻기 위해 방송에 출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일반인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들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정하였다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이 가감 없이 비난하고 악플을 쏟아내도 되는 객체가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프로그램에서 ‘관심만큼 쏟아지는 악플’이라는 자막을 본 기억이 있다. ‘관심’은 어떤 경우에도 ‘악플’로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 ‘관심’이라는 이유로 ‘악플’이 정당화되어서도 안 된다. 방송에서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출연자들에게 ‘관심’을 받았으니 ‘악플’을 감수하라고 하는 꼴인데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의 제작을 막을 수 없다면 제작사와 방송사는 적어도 제작진이 나서서 무리한 편집을 통한 ‘이슈몰이’를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고, 제작진을 믿고 출연을 택했을 출연진에 대한 강력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당장의 시급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 역시 과한 몰입을 자제하고 출연자들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현정 법무법인 시완 변호사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70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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