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러와>가 8년 만에 전격 폐지된다. 방영 한 달 만에 일방적으로 시간대를 변경하고 그 이후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를 통보받은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처럼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폐지였다. 마지막 녹화까지 폐지 사실을 몰랐다던 유재석, 김원희를 포함한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들 모두를 멘붕에 빠지게 한 충격적인 폐지 통보다. 8년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한 장수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을 알리는 어떠한 작별 인사도 없이 현재 녹화된 분량까지만 방송을 하겠단다. 참으로 요즘 MBC다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요즘 <놀러와>가 위기이긴 했다. 과거 10%대 이상 시청률은 기본, 월요일 예능 정상을 놓치지 않았던 <놀러와>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아주 잘 나갔다. '세시봉'을 통해 대한민국 예능에 음악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여 방송 외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일이 불과 작년 일이다. 그러나 <놀러와>를 맡고 있던 신정수PD가 <일밤-나는가수다>로 옮기고, 그 이후 <놀러와>를 맡고 있던 이지선PD와 <나는 가수다> 김유곤 PD가 자리를 맞바꿈으로서, <놀러와>는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놀러와>를 더욱 수렁에 빠트린 것은 6개월간 지속된 파업의 영향이다. 파업 중임에도 <놀러와>는 간부급 보직을 맡고 있던 부장급PD와 외주 제작으로 방송을 이어왔다. 그런데 예전만 못하지 그럼에도 그럭저럭 재미있었던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는 달리, 대체인력으로 방송을 이어오던 <놀러와>는 '올드함과 진부함'이 가득한 그냥저냥 토크쇼로 전락해간다. 시청자들이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게스트로는 시청자의 트렌드에 부응하는 최고의 진행자 유재석도 어쩔 도리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불편한 게스트도 편하게 다가가게 해주는 유재석, 김원희니까 그 정도 시청률이라도 유지한 것이다.

지금의 <놀러와>는 여러모로 확 달라졌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방바닥 콘서트가 문을 닫고 만들어진 '수상한 산장'과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심상치 않은 '트루먼쇼'를 통해 과거 착한 토크쇼를 지향하던 <놀러와>는 아슬아슬한 19금 토크로 성인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었다. 약간 마니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SBS <힐링캠프 좋지 아니한가>가 월요일 예능의 대세가 된 상황에 틈새시장을 노리며 재기를 노린 <놀러와>의 변화는 상당히 의미 있어 보였다.

허나 여러모로 좋아질 기미가 보이던 <놀러와>에 MBC는 일방적인 종영을 통보한다. 물론 MBC도 <놀러와>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몇 달 만에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한 프로그램이, 나름 확고한 시청자들을 확보한 경쟁 프로그램을 제치고 단숨에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까. 또한 <놀러와>뿐만 아니라 요즘 평일 예능의 시청률이 다 그만그만하다. 10%를 넘는 평일 심야예능 자체가 드물다. MBC가 기대를 걸고 야심차게 출발시킨 <무릎팍도사-천기누설>도 돌아온 강호동과 첫 게스트 정우성이 엄청난 이슈가 되었음에도 정작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것도 동시간대 경쟁작 KBS <해피투게더3>와 SBS<자기야>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말이다.

8년을 장수한 <놀러와>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올해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놀러와>는 위기에 맞서 환골탈태하고 나름 잘해보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고작 시간대 하나 옮겼을 뿐인 <뉴스데스크>보다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어필하고자 변화를 보인 프로그램이 <놀러와>다. 하지만 오직 시청률에 눈이 먼, 무늬만 공영방송 MBC는 이러한 <놀러와>의 노력을 무참히도 짓밟아버린다. 올해 시청률이 한 자릿수를 맴돈다는 이유로 8년의 아까운 역사를 고민 없이 휴지통에 버릴 수 있는 MBC가 놀라울 뿐이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놀러와>를 폐지했다고 치자. 그럼 <놀러와> 후속작으로 탄생한 새로운 예능은 <놀러와>의 현 시청률을 뛰어넘고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지금처럼 잠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조기 종영시키는 조급증 마인드로 어떻게 <안녕하세요>와 <힐링캠프>를 넘는 대박 예능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시청률을 잣대로 일방적으로 폐지를 지시하는 MBC는 시청자들에게 미꾸라지 하나가 맑은 물을 얼마나 흐리게 할 수 있는지를 명백하고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현재 MBC라면 젊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과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잠깐 시청률이 안 나온다면 무조건 폐지할 기세다. 어찌되었든 MBC의 남은 예능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겐 무자비한 칼날 앞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지킬 명분이 생겼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한도전>을 사수해야겠지만, 더 확실한 것은 내가 아끼는 방송을 지키기 위해서 다가오는 대선에 꼭 참여해야 하는 것. 약육강식의 논리를 휘두르는 강자들에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우리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 아니 그거라도 잘해야 한다. 8년 동안 MBC를 빛내왔음에도 잠깐의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특별한 작별인사 없이 일방적으로 막 내린 <놀러와>가 당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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