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를 녹음할 경우 처벌받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18일 대표발의했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취재 과정에서 녹음을 하는 직업 특성상 언론인이 '처벌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윤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은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더라도 대화상대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녹음할 수 없으며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윤 의원은 입법 취지에서 "대화자 일방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화 녹음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통비법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에 한해 녹음·청취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윤진희 법학 박사는 "해당 법안은 기본권 보호를 두텁게 하기 위한 걸 입법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과도하게 제한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입법취지 대로라면 통화녹음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법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통화녹음 행위 자체를 처벌하도록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박사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통화 녹음 행위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워 입법 목적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고 처벌의 형평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개인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오히려 기본권 침해 소지가 높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재판에서 범죄 입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거나 범죄 피해자들이 고소·고발할 때 통화녹음은 상당히 중요한 증거자료"라며 "이 법은 범죄자들 다 풀어주자는 이야기냐"고 말했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대표변호사는 "통화녹음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당사자 중 일방이 녹음을 하고 안 하고는 자유"라고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SBS에 "(통화 녹음은) 갑질, 언어폭력, 협박, 성희롱 등 직접 당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처벌 1순위는 누구? 

윤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언론의 취재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많은 근거를 수집하는 기자 입장에서 취재원과의 통화 녹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녹음파일이 없는 상황에서 기사에 쓰여진 쌍따옴표 인용문은 상대방이 말을 바꿀 경우 기사의 신뢰도가 훼손되고 진실공방에 휩싸이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자는 '처벌 1순위'다. 취재 대상이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기사가 진실하며 기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대화 녹음파일을 제시하면 통비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

한 전직 언론사 고위 간부는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자들의 취재를 위축시키는 법안"이라며 "이 밖에도 여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의원이 사적동기로 법안을 발의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윤 의원은 "취중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 언론에 전달하는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며 탈당계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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