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노조비 약 1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한국노총 제명) 위원장이 3억 원가량을 추가 횡령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3년~2017년 1억 3000만원 노조비 현금으로 뽑아써

16일 미디어스가 단독입수한 건설노조의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치 계좌 내역에 따르면, 진 전 위원장은 현재 기소된 횡령 시점 이전과 이후에도 상습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진 전 위원장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된 상태다.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 (사진=한국노총)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 (사진=한국노총)

미디어스가 확보한 계좌 내역에 따르면, 진 전 위원장은 노조비 통장에서 지난 2013년 1월 8일부터 2017년 12월 20일까지 245회에 걸쳐 현금 1억 2955만여 원을 출금했다. 진 전 위원장이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 전 위원장은 횡령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29일까지 8차례에 걸쳐 600만 원가량의 현금을 출금해 사용했다. 이렇게 진 전 위원장이 노조비 통장에서 무단으로 출금해 사용한 현금은 약 1억 3555만여 원에 달한다.

가족에게 수천만원 송금, 법카로 마트·숙박 결제

진 전 위원장이 운영비 통장에서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노조비를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진 전 위원장은 지난 2014년 2월 6일부터 2017년 11월 6일까지 24회에 걸쳐 부인 박모 씨의 계좌로 5168만 원을 송금했다. 건설노조 운영비 계좌의 송금 내역에는 '조직활동비, 위원장 차입금, 위원장 출자금, 업무추진비, 위원장 찬조금' 등의 명목이 붙어있지만, 이러한 명목으로 돈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게 건설노조 간부들의 설명이다.

진 전 위원장은 아들 진 모 씨의 계좌에도 2016년 9월 29일부터 2017년 12월 20일까지 17회에 걸쳐 1268만여 원을 송금했다.

진 전 위원장은 건설노조 법인카드 수천만 원을 용도와 맞지 않게 사용하기도 했다. 진 전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월 4일부터 2017년 12월 30일까지 마트, 특정 지역의 식당·숙박시설 등에서 법인카드로 3335만여 원을 결제했다.

회계장부 조작 시도…리스 차량은 행방불명

진 전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건설노조 조합원들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발 당하자 회계법인을 고용해 회계장부 조작도 시도했다. 건설노조는 회계장부를 조작해주는 대가로 D회계법인에 지난해 8월 30일 3300만 원, 9월 3일 3300만 원, 11월 2000만 원 등 총 8600만 원을 입금했다.

진 전 위원장은 회계법인에 대금을 지급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10일 건설노조 명의로 된 K9 승용차 리스 비용 잔금 3000여 만 원을 노조비 통장에서 일시에 납부했다. 하지만 진 전 위원장이 노조비로 리스 비용을 납부한 K9 승용차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한 건설노조 관계자는 "노조 명의로 카니발 차량과 K9 승용차 등 2대가 등록돼 있는데, K9 승용차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진 전 위원장 구속 후에도 K9 승용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사진=연합뉴스)
대전지검 천안지청. (사진=연합뉴스)

"검찰, 진병준 공소장 변경해 횡령액 추가해야"

당초 진 전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고발된 후 충남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부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를 받았다. 수사 당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확보해 제출한 회계장부가 2018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로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건설노조 운영비 10년치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계좌 압수 기간을 3년으로 제한했다. 노조의 회계자료 보존기한이 3년이라는 점을 이유로 최근 3년치에 대해서만 계좌압수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노조비를 현금으로 출금해 무단 사용한 것, 가족에게 노조비를 송금한 것, 노조 활동을 위해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 등은 모두 횡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9 차량도 노조 재산이지만, 결과적으로 명의만 노조지 사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횡령"이라며 "회계장부를 조작하기 위한 대가로 돈을 지급한 것도 횡령"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추가 횡령이 드러난 것은 하나의 범의로 한 범죄이기 때문에 포괄일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검찰이 현재 진 전 위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해 횡령액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7월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93.92% 찬성으로 건설노조를 제명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위원장 개인 비리로 조직을 제명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노총을 상대로 징계 취소 가처분을 낸 상태다. 지난 6월 13일 구속 후 위원장직을 사퇴했던 진 전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건설노조를 제명하자 돌연 사퇴 의사를 철회해 조합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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