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고성욱 기자] 한 지역 인터넷신문에서 대통령실 청년대변인으로 발탁된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명의로 작성된 기사들이 다수 확인됐다. 해당 언론사는 박 대변인의 모친이 운영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기고글은 제가 작성한 것이 맞다"면서도 "기사는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의 모친 백 모 씨도 "국민의힘을 비판한 기사는 없다"면서 같은 취지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바이라인을 도용해 기사를 송고한 언론윤리 위반에 해당한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민영 기자'·'박민영 자유기고가' 바이라인 52건

12일 미디어스 취재 결과, 전라남도 나주지역에 소재한 인터넷신문 <세계중심나주뉴스> 홈페이지에서 박 대변인의 바이라인으로 52건의 기사가 작성됐다. 박 대변인 명의의 기사는 2020년 10월 15일부터 2021년 12월 9일까지 작성됐으며 기사 형태는 의견성 글 8건과 전국단위 기사 44건이다. 바이라인이 '박민영 기자'인 글은 48건, '박민영 자유기고가'로 표시된 글은 4건이다.

의견성 글에 박 대변인의 얼굴 사진이 첨부됐다. 기자나 외부기고자의 의견성 글에 사진을 함께 게재하는 경우가 많다. 박 대변인의 의견성 글 가운데 4건은 '기고', 2건은 '전국', 1건은 '이슈/이슈분석', 1건은 '여성, 환경, 안전'으로 분류돼 있다.

박 대변인의 사진이 첨부된 의견성 글은 <"나는 의대생 구제에 반대한다">, <보수 청년의 진보 정치 단상 : "물타기 정치의 대물림">, <'국시' 구제,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굴복했다">, <가정 내 학대 받는 아동은 그 부모의 자식이 아닌 사회가 보호해야 할 '약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 공급 정책이 '지방소멸' 촉진한다>, <'록다운 세대' 배고픈 청년들, 경쟁마저 공정하지 않은 현실에 도박에 빠졌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꼰대는 있는가? 이준석 붐, 일등공신은 내로남불 꼰대 어른>, <탄소 중립과 탈원전, 양립할 수 없는 두 명제> 등 8건이다.

박민영 대변인이 세계중심나주뉴스에 작성한 의견성 글 8건. (사진=세계중심나주뉴스 캡처)
박민영 대변인이 지난 2020년 10월 15일부터 지난해 6월 27일까지 모친이 운영하는 세계중심나주뉴스에 작성한 의견성 글 8건. (사진=세계중심나주뉴스 캡처)

박 대변인의 바이라인이 달린 일반 기사는 시민단체 관련 보도, 정치권 보도자료, 행정기관·공기업 보도자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 <세계중심나주뉴스> 대표자 백 모 씨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와 백 씨가 방송에 출연했다는 홍보성 보도도 있었다. 백 씨가 작성한 기사 중에서 아들인 박 대변인을 '(가제)ZEN의 전쟁'이라는 책을 출판 준비 중인 '저자'로 소개한 기사도 있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의 모친 백모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세계중심나주뉴스에 지난해 10월 12일 게재한 'MZ 세대의 삶,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 속에 던져진 2030 청년들의 충격적인 삶 실태는?' 기사에서 박 대변인의 저서를 인용했다. (사진=세계중심나주뉴스 캡처)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의 모친 백모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세계중심나주뉴스에 지난해 10월 12일 게재한 'MZ 세대의 삶,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 속에 던져진 2030 청년들의 충격적인 삶 실태는?' 기사에서 박 대변인의 저서를 인용했다. (사진=세계중심나주뉴스 캡처)

박민영 "제가 작성한 것 아냐"…백 씨 "국민의힘 비판 기사 없어"

박 대변인은 <세계중심나주뉴스>에 등장한 본인 바이라인의 기사와 관련해 의견성 글을 제외한 일반 기사는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제 얼굴 나간 기고글은 제가 작성했다"면서도 "기사는 제가 작성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제가 평소 쓰던 논조와 다르고,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이게 어머니가 지방신문사를 운영하시다가 편의상 그렇게(박 대변인 바이라인을 사용) 하신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의 모친인 백 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박 대변인이 원희룡 캠프에 가기 전 언론사 시험 준비를 했었다"며 "제가 균형발전을 관심사로 사회운동도 했고 신문사 창립 취지도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청년 이슈 같은 걸 좀 실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박 대변인이 작성한 것은 보수의 가치와 부합하는 오피니언적 글 8개"라며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기사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백 씨 역시 박 대변인이 일반 기사를 작성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백 씨는 "우리 회사에 박 대변인을 제외하고 3명의 바이라인이 올라와 있다"며 "2명만 계속 기사를 올리는 건 좀 그래서 골고루 분배를 했다. 제가 박 대변인을 기자 명단에서 뺐어야 했는데, 여기 있는 사람이 (기자 바이라인을) 고루고루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인터넷 신문사는 다 그렇다. 가족들 이름 올리고 친인척 이름 올려서 한다"며 "실질적인 큰 이슈는 대표가 직접 심층취재해서 올린다"고 말했다.

백 씨는 "박 대변인은 나주에 산 적이 없다"며 "우리 홈페이지에 기사 올리는 사람이 11월에도 (박 대변인 바이라인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박 대변인은 이미 원희룡 캠프에 가 있었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박 대변인이 <세계중심나주뉴스> 기사를 작성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백 씨는 "다 제 책임이다. 관리인의 책임이고 문제인데 자식이니까 소홀했었다"며 "남 같으면 (삭제해달라고) 요청도 들어오고 그랬을 텐데"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세계중심나주뉴스 홈페이지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바이라인으로 작성된 기사 52건이 게재돼 있다. (사진=세계중심나주뉴스 홈페이지 캡처)
세계중심나주뉴스 홈페이지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바이라인으로 작성된 기사 52건이 게재돼 있다. (사진=세계중심나주뉴스 홈페이지 캡처)

"기사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 없는 것"

박 대변인과 백 씨의 해명대로라면, 백 씨가 운영한 <세계중심나주뉴스>는 박 대변인의 이름을 도용해 기사를 작성한 언론윤리 위반을 저지른 것이다. 박 대변인 역시 인지 여부를 떠나 '허위 바이라인'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이 있어 자유를 주는 것이고, 바이라인은 책임을 지고 기사를 쓰겠다는 징표"라며 "그걸 허위로 사용했다는 건 기사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기본이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라인을 골고루 분배했다"는 해명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매체의 위상이나 매체의 규모를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기 위해서 바이라인을 조작하는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박 대변인 본인의 의지이든 본인 이름이 도용된 것이든 간에 (바이라인 사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언론윤리 위반이라고 생각한다"며 "박 대변인이 몰랐는데 모친이 바이라인을 사용했다면 언론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