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나의 PS 파트너>는 야한 장면, 이야기만 넘실대는 B급 성인 영화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PS 파트너>는 장점과 한계점이 분명하게 공존하는 영화다.
극 중 7년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그 여자 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지 불과 2개월 만에 자기보다 현실적 조건이 더 좋은 남자와 만난다는 것에 분개한 현승(지성 분)은 극도의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 때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수화기 속 여자는 마치 성인용 만남 전화 속 그 목소리처럼, 현승의 적적함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하지만 윤정(김아중 분)은 소원한 관계인 남자친구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이벤트를 벌였을 뿐인데, 남친 전화번호를 잘못 외운 게 화근이었다. 결국 그렇게 요상한 만남으로 이어진 현승과 윤정은 전화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각별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갖은 음담패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 <나의 PS 파트너>의 주제는,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변주곡’이다. 자기가 정말 누굴 사랑하는 지 인지한지 못한 채,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이 의문의 관계는, 여러 가지 사회 여건 상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방황하는 이 시대 청춘을 빗댄다.
결혼할 여자 따로, 원나잇 하는 여자 따로 만나는 요즘 연애 트렌드에 대한 해학도 돋보인다. 적어도 폰섹스로 만난 현승과 윤정은 그동안 자신이 만나던 상대에 충실해왔었다. 오히려 이 잘못된 관계를 급속하게 달아오르게 한 것은, 오래 사귄 연인에게 무심했던 상대방의 책임이 크다. 오래 사귄 만큼 권태기에 흔히 있는 외도라고 자기 합리화도 가능하겠으나, 자신만 믿고 기다려준 상대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쿨 하게 하룻밤 폰섹스로 이어진 사이이지만, 본질적으로 현승과 윤정은 쿨한 청춘이 아니다. 한 여자와 무려 7년 만나고, 헤어진 이후에도 그녀를 쉽게 보내지 못하는 현승 이나, 남친이 직장 후배와 바람피는 것을 목격해도, 꾹 참고 견딜 줄 아는 윤정은 요즘 천연기념물만큼 보기 어렵다는 순정에 가깝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PS 파트너>는 호불호가 갈릴 영화일 듯하다. 다만, 충무로의 기대주인 변성현 감독의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참신함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쌍팔년도 멜로 드라마에 주로 나왔던 장면임에도 불구, “너의 팬티를 보여줘”라는 발칙한 노래는 고리타분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진부함을 상쇄시킨다.
떠나간 여자를 잊지 못하는 찌질한 남성과, 앙숙을 만나 곤욕에 처한 윤정을 위해 구세주를 자청하는 멋진 왕자님이라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야무지게 연기한 지성과 여전히 사랑스러운 로코퀸 김아중이 돋보인 영화. 아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팝콘과 콜라 한 가득 안고 간다면 나름 볼 만한 성인용 로코물 되시겠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 사이는 피하라는 모 연예 매체 평에 절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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