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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키러 왔다"던 김인규, KBS 엉망으로 만들고 퇴장[기자수첩] 굿바이, 김인규!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11.23 18:37

"제가 대선캠프에 있었다고 해서 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부 입맛에 맞게 방송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더욱이 그런 일이 지금 가능하기나 합니까?"

정확히 3년 전인 2009년 11월 24일,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인해 비상등 아래에서 겨우 취임식을 치뤘던 김인규 KBS 사장은 위와 같이 말했다.

   
▲ 2009년 11월 24일 열린 김인규 사장의 취임식. 당시 노조가 조명을 꺼버려 비상등 아래에서 취임식이 진행됐다. ⓒ곽상아

당시 김인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수신료 인상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 구축 △세계적인 콘텐츠 개발 △뉴스 전반에 대한 개혁 △대대적인 탕평인사 △노동조합과의 소통 등 여러 계획들을 자신있게 내놓았으나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수신료 인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사상 초유의 불법도청 의혹이 불거져 KBS의 위상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던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 구축도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3년간 KBS는 일일이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숱한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으며 이는 수신료 인상 무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노동조합과) 마음을 확 열고 소통하겠다"던 취임사가 무색할 정도로 KBS 새 노조에 대한 탄압일변도의 모습을 보여,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장장 27페이지에 달하던 취임사와 달리 김인규 사장의 퇴임사는 단출하다. KBS에 따르면, 김인규 사장이 23일 오전 10시 KBS 공개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밝힌 퇴임소감은 다음과 같다.

'3년 전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몸무게보다 현재 6킬로그램이 줄었다.'
'KBS에 몸은 묻지 못했지만 그동안 공사발전을 위해 흘린 땀으로 몸무게를 묻고 간다.'
'3년동안 KBS 사장을 하면서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이 2가지가 있는데 KBS 뱃지와 KBS 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적은 목록이다. 사장으로서 이뤄내지 못한 것 2가지는 수신료 인상과 KBS 신청사 착공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KBS가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 매체로 꼽혔는데 앞으로 KBS 직원들이 이와 같은 KBS의 위상을 지켜나가 달라.'
'시청자를 섬기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김인규 사장은 23일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지만, KBS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김인규 후유증'에 시달릴 것 같다. 윤성도 KBS 새 노조 정책실장은 2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사장이 바뀌면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걸 느낄 수 없다. 김인규 사장이 남긴 후유증이 매우 크다"며 "김인규 사장 본인만 퇴장했을 뿐, (김인규 체제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 사장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성도 실장은 "80년대 이후 KBS가 조금씩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이뤄가고 있었는데, 이병순 사장 시절도 마찬가지였지만 김인규 사장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완벽하게 KBS를 정권에 종속시켰다"며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준비를 해 나가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지난 3년을 허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KBS를 출입하며 KBS의 퇴행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실망과 분노를 느껴왔던 나 역시 앞으로도 비슷한 일의 반복을 지켜보고 기록해야 하다니 마음이 무거워질 따름이다. 

   
▲ 20일 미국 뉴욕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2 국제 에미상' 시상식에서 김인규 사장이 '제40차 공로상'을 수상한 뒤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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