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사진 = 원주시 단구동 토지문학공원에 '그림책 버스 꼬마도서관'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그림책 버스도서관은 1일 개관.운영된다. 2004.4.30 원주=연합뉴스
앞장선 할머니, 아이들을 셋 거느린 부부는 아이들의 등을 잡고 할머니를 따라나서고, 어린아이를 무등태운 아빠는 환한 웃음이다. 그야말로 행복한 웃음꽃이 피는 광경이다.

요즘 농촌에서 이런 풍경 찾아보기가 힘들다. 현실 농촌의 어려움도 어려움이려니와 아이들을 쉽사리 볼 수 없는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옥천에서도 가장 작은 면단위 지역인 안남면을 순환하는 배바우도서관 순환버스에 그려진 행복한 그림이다. 이처럼 우리 농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그림이리라. 이 버스는 요즘 안남면을 잘 달리고 있다. 1시간마다 각 마을을 오가며 주민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고령화된 안남면 교통약자들의 발이 된 참 고마운 존재다.

전국 면단위 고장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안남 배바우작은도서관이 2009년 주민들이 소재지에 가까운 도서관에 오기 편하도록 운행을 시작한 순환버스다. 이전까지 사실 안남면은 옥천군내에서 인구가 작은 면이기는 하지만 옥천읍에서 안남면을 오가는 시내버스 이외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서 주로 노약자나 여성들로 이루어진 주민들은 각 마을에서 소재지까지 나오기도 큰 불편을 겪었다.

안남면 이외에 다른 면단위 지역도 마찬가지 상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안남면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건의와 결정으로 대청댐 물이용부담금 가운데 주민지원사업비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면 주민들의 교통여건을 크게 개선시켰다.

올해 몇 번에 걸쳐 금강 여울길 걷기를 위해 안남면 도로를 걸을 때 반갑게 만나기는 도서관 순환버스였다. 더욱이 운전기사가 사람들을 알아보며 환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란, 도로에서 만나는 또 다른 행복이었다.

사실 말이 도서관 순환버스지, 주민들의 발이 되어 소재지 마트에 올 때도, 농협에 나올 때도, 농약 한 병을 사러 나올 때도 이 버스를 이용하니 그리 좋을 수가 없다. 면민 모두의 버스가 된 것이다. 도서관 이용자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좋아진 상황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안남면은 대청댐 물을 상수원으로 하는 주민들이 납부하는 물이용부담금을 자산으로 삼아 댐 상류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환경규제로 인한 불편사항을 지원할 목적으로 조성된 주민지원사업비 중 일부를 떼어 버스를 구입하고 운행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마을을 순환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1시간에 한 대씩 옥천읍과 면단위를 오가는 시내버스 뿐인 교통사각지대를 없애고 주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고민은 안내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내면도 역시 주민지원사업비가 순환버스 운행의 주요 재원이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의 자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계관리기금을 운영하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상수원관리지역 주민지원사업계획 수립지침’은 주민들의 이러한 열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률적인 지침만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지침에서는 ‘시설의 유지, 관리를 위해 운영되는 운영비(전기료, 수도료 등) 지원은 주민지원사업비가 배분되는 최소행정기관(관리청, 도는 읍면동) 일반지원비의 10% 이내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1년 동안 안남면이나 안내면 주민들을 위해 발이 되어줄 순환버스의 유류비, 보험료, 수리비 등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할 항목이 있고, 그 예산은 매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예산임에도 지침에 있으니 지침이 정한 비율대로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주민들의 편의나 불편해소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규정이나 지키라는 얘기다. 그렇잖아도 안남이나 안내면은 노령화 등의 요인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어 주민지원사업비 역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안남면은 총 예산 4억6천여만 원 가운데 10%가 훨씬 넘는 6천만 원의 운영비를 책정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로 인해 올해보다 내년 주민지원사업비가 5천만 원가량 삭감될 것을 예상한다면 지침대로 10%에 맞춘 내년 운영비 예산은 4천만 원이 조금 넘는 선에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계산법은 그렇지않아도 열악한 면지역 주민들의 복지를 더욱 후퇴시킬 것이 뻔하다.

교통불편 해소는 현재의 면지역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가장 큰 복지혜택이다. 이런 복지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대청댐 건설로 자신이 살던 집을 물속에 내버려둔 채 수몰되지 않는 일정선 위로 옮겨 이사하거나 고향을 잃고 만 금강 주변 주민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짓이다.

댐주변 주민들에게 더욱 나은 복지를 보장하기는커녕 잘 돌아가는 복지혜택도 거두어들이려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지침은 결코 일방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주민지원사업비가 대청댐이 생긴 후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규제 일변도의 환경정책을 폈던 정책에서 벗어나 댐 상류지역 주민들에게도 환경규제에 따른 반대급부를 제공하고 다소나마 피해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것을 상기해보라. 규정만을 고집하는 것은 융통성없는 환경당국의 커다란 우로 기록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그리스신화에서 사람을 붙잡아 침대에 눕힌 다음 그 사람이 침대보다 길면 다리의 일부를 잘라 버리고, 침대보다 작으면 정강이 밑 부분을 잡아당겨 늘임으로써 사람들을 모두 침대의 크기에 맞추었다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도둑얘기와 같다. 일률적으로 정해놓고 무엇을 시행하기보다 주민들이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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