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31년 미국의 버지니아 주 프랭클린 카운티. 스스로를 불사조라 믿는 본두란 삼형제는 밀주, 밀매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거침없는 삼형제의 위용은 다리 건너 도시 시카고에도 모르는 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본두란 형제답지 않게 가장 약골인 막내 잭(샤이아 라보프 분)은 자신을 사업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형들에게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형들과 달리 총 방아쇠 제대로 당기지 못하는 잭이건만, 그는 전설의 갱스터 플로이드 배너(게리 올드만 분)을 흠모한다.

그가 플로이드 배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에게는 형들에겐 없는 야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잭은 넘치는 힘을 오직 밀주 만들어 파는 데만 사용하는 형들과는 다른 삶을 살길 원한다. 그렇다고 잭이 거창한 야망을 품고 있는가 하면, 그의 야망은 형들에게 인정받고 좋아하는 여자 친구 베르사 미닉스(미아 바시코브스카 분)에게 강한 남자로 보이고 싶은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나라 포스터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순정마초(?) 톰 하디의 이름이 먼저 올라갔지만,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의 중심은 샤이아 라보프이다. 강한 남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지만 형들과 달리 매번 얻어터지곤 하는 잭은 본두란 형제에게 사고뭉치, 골칫덩이에 가깝다. 큰 형인 하워드(제이슨 클라크 분), 둘째인 포레스트(톰 하디 분)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남에게 굽히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남다른 주먹을 사용해 도시를 장악하거나 선량한 주민을 못살게 굴지 않는다. 오직 누군가가 자신들을 헤치려고 할 때 사용할 뿐이다.

그러나 밀주를 만들면서 조용히 살고픈 삼형제에게 악랄하기 짝이 없는 특별 수사관 찰리 레이크스(가이 피어스 분)가 등장하고 무법의 삼형제와 찰리는 살벌한 대립구도에 들어간다. 서로의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치열한 다툼 속에서 형들 몰래 플로이드와 거래에 성공한 잭은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돌아오고 자신을 사업에 합류시켜줄 것을 촉구한다.

남성미가 폴폴 넘치는 톰 하디와 달리 여리고 곱상하면서도 덜 영근 티가 묻어나는 샤이아 라보프는 포레스트와 잭이란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최적의 캐스팅으로 보인다. 어떠한 위협 속에서도 진짜 ‘불사조’처럼 벌떡 살아나 삼형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포레스트. 아직 피가 덜 묻은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 어른 흉내 내기 급급한 잭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부극에 흥미를 유발시키는 중심 타선이다.

자신의 치기 어린 허세 때문에 사업이 무너지고 소중한 친구가 애꿎은 죽음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잭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처럼 뛰어다니던 잭은 자신의 가족을 괴롭히는 최대의 적과 상대하고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어른이 되어가고 한 단계 성숙해짐을 느낀다.

법과 공권력보다 주먹과 폭력이 앞서던 시대, 본두란 삼형제는 살기 위해 강해져야 했고, 남다른 파워로 조직 거물조차 두려워하는 전설이 되었다. 때문에 찰리나 검사에게 고개 숙이면서 편히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찰리 일당에게 용감히 맞섰던(?) 그들의 패기는 의리나 명예보단 돈이 우선인 현대 사회에서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혼란이 극에 달하던 시대니 그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피비린내 나는 남정네들의 결투. 지금도 그때와 다를 바 없이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군림하고 지배하는 세상 아닌가. 특히나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 있음에도 그 권력을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사관과 검사의 존재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생존 차원이 아닌, 있어 보이기 위한 허세는 자칫 자신과 가족에게 강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한 줄 평: 서부극을 빗댄 남자 이야기. 톰 하디와 샤이아 라보프, 가이 피어스에게 무한 감사를 올려야 할 판 (기대했던 게리 올드만은 알고 보니 특별 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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