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얼마 전 장하성 교수는 ‘1인 1표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빌려 경제민주화의 ‘1인 1표제’를 부연 설명해 보면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 국가다. 기본적으로 ‘1원 1표’의 원리에 의해 작동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논리를 민주주의의 논리인 ‘1인 1표’로 전환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지난 8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모임인 담쟁이포럼에서 한 말이다.

KBS 뉴스를 보면 ‘1인, 1표’는 차치하더라도 ‘1원, 1표’라도 제대로 관철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국민의 혈세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수신료의 가치만큼 사회를, 또 수신료를 부담하는 시청자를 대변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니올시다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한 표만 행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KBS 또한 마찬가지다. 부자도 수신료 2,500원, 가난한 사람도 2,500원이다. 수신료를 내는 누구에게나 치우침이 없이 공정, 공평해야 한다. 이는 KBS의 존립 기반이며 존재 이유다.

세상사 모든 일에 치우침 없이 공정, 공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칭한다면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뉴스를 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 14일 KBS 9시 뉴스의 사례를 보자. 이날 KBS는 오피스텔 투자에 대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사회에서 오피스텔에 투자해 월세를 챙기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양극화가 심화된 요즘, KBS 구성원의 연봉 수준 이상이면 오피스텔 투자는 가능하고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은, 수신료를 내는 대다수의 사람은 모르긴 몰라도 엄두도 못낼 일이다.

이날 KBS의 [집중진단] 황금알 낳는 오피스텔?…수익률↓ 주의! 리포트를 자의적인 기준에서 핵심만 추려 옮겨본다.

“1억 원 가량의 여윳돈으로 월세 수익을 노리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입니다.……저금리 기조가 예상되면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더욱 늘 것으로 보입니다.……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임대형 부동산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실제로 올해 서울의 오피스텔 수익률은 5 퍼센트대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습니다.……분양가는 오른 반면 월세는 하락한 탓입니다.……새로 분양을 받는다면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주변 여건과 예상 임대 수익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필수입니다”

이 같은 KBS의 리포트가 사실관계에 문제 있다는 게 아니다. 1억 원 가량의 여윳돈으로 월세 수익을 노리는 중장년층이 전체 인구의 몇 %가 되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눈높이가 1억 원 가량의 여윳돈으로 월세 수익을 노리는 중장년층에 고정된 듯하다. 수익이 아니라 공정한가를 따져야 하는데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수익에 매몰됐다. 수신료로 배부르면 딴 생각하기 마련인가.

장하성 교수의 경제민주화론으로 풀어보면 ‘수신료 2,500원, 1표’는 공영방송 KBS에서 작동하지 않는 원리다. 재벌이 나쁜 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재벌이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 남는다.

매각 대상이 주체가 돼 매각을 통한 민영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공영방송의 또 다른 현실이 다른 한편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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