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MBC <무한도전-네가 가라 하와이> 1편 예고편에서 암시했다시피, 다른 멤버들의 하와이 행에 제일 먼저 탈락한 길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것은 예상했던 바였다. 실제로 길은 탈락 바로 직후 3단계 초상화 주인 찾기에 참여, 다음 미션에 진출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러나 길은 보기 좋게 미션에 실패하였고, 자신과 함께 국내 하와이로 갈 이로 정형돈을 지목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잔인하게도 길과 정형돈 외에 유재석이라는 또 다른 희생양을 배출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 희생양들이 여기서 물러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큰 오산이다. 자신들의 하와이 행을 위해 길, 정형돈, 유재석을 줄줄이 탈락시켰던 나머지 멤버들은 하와이로 가는 5단계 미션이 '패자 부활전'이라는 것을 알고 낙담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패자부활전이란 탈락했던 멤버 한 명이 살아나는 단순한 부활이 아니다. 탈락한 멤버를 여의도 모 호텔로 데리고 와야 하는데, 선착순으로 두 팀만 다음 미션 진출이 가능하다. 탈락자와 팀을 이루지 못하거나 가장 늦게 도착한 팀은 탈락하게 된다. 앞서 탈락했던 멤버 2명이 살아남고, 5단계까지 살아남았던 2명은 졸지에 탈락하게 되는 반전 미션 구조다.

다음 미션 진출을 위해 길, 정형돈, 유재석을 내보냈던 멤버들은 졸지에 '귀하신 몸'이 된 이들에게 눈물겨운 충성 경쟁을 벌인다. 유재석은 박명수와 정준하의 유재석 모셔가기 쟁탈전에 함박웃음을 지었고, 노홍철은 윤정희와 거짓 소개팅까지 만들어서 길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결과적으로 노홍철, 길 그리고 하하, 정형돈 팀이 패자부활전 미션의 승자가 되었고, 유재석을 사이에 두고 홍대에서 혈전(?)을 벌이던 정준하와 박명수는 길과 정형돈에게 하와이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내주어야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하와이행 미션에 도전하게 된 길, 정형돈이 하하, 노홍철과 하와이로 함께 떠나기 위한 다음 미션은 겹치지 않게 4개의 호텔방에 각각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사전 계획 없이 어설픈 직감을 믿고 다른 멤버가 들어가지 않을 호텔방을 찾아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편 여기서도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배신과 음모를 서슴지 않는 <무한도전> 특유의 ‘무한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결국은 사기와 음모에 능숙한 노홍철이 나홀로 하와이 행에 성공을 거두는가 싶더니, 다음 주에는 하와이행 티켓 사수를 위해 남은 6명의 멤버들과 맞서 싸우는 노홍철의 고군분투기가 예정되어 있다.

애당초 <무한도전>은 일곱 남자들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미션을 안겨 주었다. 이들의 목표는 누구 하나를 하와이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남이야 어찌 되든 말든 자기만 하와이에 가면 그만인 '무한 이기주의' 그리고 승자독식을 꼬집는 것이니까 말이다.

지난주 자신들이 어떻게든 하와이로 가기 위해 길을 희생양으로 내몰았던 <무한도전-네가 가라 하와이> 1편은 '티아라 사태'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집단 따돌림'을 연상시킨다는 장면으로 여러 말들이 있었다. 또한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된 길은 최근까지도 몇몇 시청자들 사이에서 하차 요구가 끊이지 않는 멤버였기에, 예능을 위한 설정임에도 길을 배척하는 듯한 뉘앙스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패자부활전이 진행되기 전까지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기라도 살아남기 위해 눈빛교환, 교묘한 작전 등을 통해 길, 정형돈, 유재석을 차례대로 배제시킨다. 특히나 4단계 만두 미션이 실패로 돌아가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내세우는 순간이 왔을 때, 유재석 앞에서 대놓고 "유재석은 함께 여행가면 부담"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왕따'의 모습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어찌되건 지금 당장 하와이에 가면 그만’이라는 단기적인 안목으로 누구 하나 탈락시키기는 데만 급급했던 멤버들은 자신의 손으로 탈락했던 멤버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미션을 전달받는 순간 자신의 행동을 잠시 후회하기에 이른다.

<무한도전>이야 미션을 위한 설정이기 때문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 뚝 떼고 탈락자를 데리고 오기 위해 갖은 아양과 술수를 부릴 수 있고, 탈락한 멤버도 다시 하와이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그들이 내미는 흑심을 덥석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예능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버스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벌인 '왕따', '집단 따돌림' 이 들통 나 곤욕을 치르게 된 가해자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덮고 싶겠지만 이미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사회는 집단에 의해 따돌림을 당한 피해자보다 그 피해자를 코너에 몰고 간 가해자들이 더 뻔뻔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집단 따돌림 해결 방식이라면 그 괴롭힘에 피해를 본 학생을 보호해야 마땅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왕따를 당한 피해자가 전학을 가거나 퇴출당한다. 그래도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괴롭힐 만해서 친구들과 함께 괴롭혔는데 뭐가 문제냐는 게 대부분의 가해자들의 반응이다. 그들의 왕따 행위가 들통 나 사법처리 혹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신만 하와이에 가면 그만인 멤버들에 의해 배척당했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날 기회를 잡은 유재석, 길, 정형돈은 행운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상의 세계 속에서 잠시 따돌림 비슷한 행위를 받았으나 자신을 내쫓은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감행했던 이들과는 달리, 진짜 집단 따돌림의 고통을 받은 아이는 엄연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죄인처럼 주눅 들어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반면 재미로 혹은 그 친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괴롭힘을 강행한 아이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는커녕 왕따의 흔적이 드러나도 모르쇠,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보호자)들은 우리 아이가 왕따에 가담했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는데, 왜 우리 아이를 몰아붙이느냐 쏘아붙이기 일쑤다. 아니, 가해자를 보호하는 측에서 피해자를 향해 왕따 당할 만해서 당하지 않았나는 소리만 나오지 않아도 다행일 정도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너무나도 생각하는 이 나라는 학교 폭력 주동자로 낙인 찍힐 아이의 미래를 고려해 가급적이면 선처를 호소하는 분위기다. 물론 철없을 때 실수가 앞날 창창한 아이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것은 곤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용서'란 단어는 그 가해 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처절히 반성하고 참회했을 때 그때서야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다.

진심으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자신들의 철없는 괴롭힘 때문에 몸과 마음 모두 유린당한 아이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줄 모르고 죄책감 없이 살아갈 뻔뻔한 아이들에게 과연 '용서'라는 기회를 줘도 괜찮을 것일까. 티아라 멤버들이 최근 방출당한 화영을 왕따 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지만, 우리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왕따 처리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기에 사회 이슈로까지 비화된 현실.

집단 따돌림과 비슷한 형태로 길, 정형돈, 유재석을 차례로 쫓아냈다가 뒤늦게야 그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애타게 찾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고군분투는 집단 따돌림이 수면 위에 올라야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학교현장에서의 왕따 해결방식을 꼬집는다.

왕따 설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왕따의 실태를 꼬집은 <무한도전-네가 가라 하와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으나 오히려 가해자들의 기세등등한 위세에 눌려 살아가고 있는 여린 아이들. 남을 짓밟아 놓고도 뻔뻔히 웃고 있는 철면피들 때문에 골병 들어가는 사회를 위로하는 <무한도전>의 통쾌한 역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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