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사장직에서 불법 해임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국가와 K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 전 사장은 당시 해임의 이유가 되었던 배임죄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는 등 판결을 통해 해임의 위법성과 부당함이 증명되었음에도 국가와 KBS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08년 6월 KBS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정연주 당시 사장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8월5일 KBS 이사회에 해임 제청을 요구했다. 이에 KBS 이사회는 8월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해임을 결의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연주 사장을 해임해 줄 것을 제청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8월11일 정연주 사장을 KBS 사장직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해임의 주요 논리였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월12일 최종 무죄를 확정했으며, 해임처분 무효 소송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지난 2월23일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확정했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국가와 KBS 상대로 불법적 해임에 대한 책임 묻는다”

이와 관련해, 정연주 전 사장은 28일 언론보도문을 내어 “국가와 KBS에 대해 불법적 해임에 대한 책임을 묻고, 권력 사유화와 남용 행위에 엄정한 법적 판정이 필요하다고 보아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먼저 국가와 K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법원에서 해임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 부당한 해임 행위에 책임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기관과 해임을 실질적으로 이행한 KBS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지 무려 6개월이 지나도록 마땅히 취해야 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정 전 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3월26일과 4월30일 두 차례에 걸쳐 KBS에 “해임 처분의 부당성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써 이미 확인되었고, 또한 기소된 형사 사건(배임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확정되었다”며 △해임취소 판결에 따라 공사(KBS) 사장으로서 근무할 권한에 대한 공사가 예정한 조치와 명확한 처리 방향의 입장 표명 △해임기간 동안의 임금 및 퇴직금 △정신적·경제적 손해의 배상 등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전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KBS 이사회에도 지난 5월23일 “국민의 소중한 시청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한국방송공사로서 공적인 조치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할 책무가 존재함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처사”라며 입장 및 조치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사장은 아울러 “KBS 사장직에서 강제 해임된 지 벌써 만 4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4년의 세월 동안 형사소송(배임혐의)과 행정소송(해임처분 무효소송)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집단과, 정권친위대가 장악하고 있는 국가공영방송인 KBS는 두 개의 법정에서 내린 판결 내용과 정신을 깡그리 무시해 왔다. 앞으로 있을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이 꼭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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