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홈페이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사랑, 진실, 인간이라는 창간 이념이 적힌 회사 소개가 눈에 띕니다. 사랑이 있는 이웃, 진실을 믿을 수 있는 사회,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건설을 이상으로 삼고 추구해나가겠다는 말에서는 사뭇 진정이 느껴집니다. 이 소개 글만 보면, 국민일보라는 언론사는 참으로 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곳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국민일보가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을 대거 중징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지난 해, 기자들이 조용기 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올바른 신문을 세우겠다고 나섰을 때만해도 내심 반갑긴 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일보 구성원들이 바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고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종교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인지를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 국민일보 사옥 ⓒ국민일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1명 해고, 4명 권고사직 등 13명의 기자 징계…. 173일간 이어졌던 파업의 대가는 참으로 컸습니다. 무자비한 징계 결과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MB정권이 들어선 뒤 수많은 언론사에서 ‘인사권’을 이유로 언론인들을 징계한 것을 목도한지라 징계 소식에 이골이 났다 생각했지만 국민일보의 징계 소식은 유달리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담담하게 징계 결과를 담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송고했지만, 수 일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한국의 기독교와 기독교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잠시 반문해 봅니다. 세상 곳곳에서 험난한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종교가 앞장서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세상 가운데 응어리진 분노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지금 한국 기독교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대형교회의 모습은 더욱 그렇습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보듬고, 나아가 원수까지도 사랑했던 예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세를 확장하고 몸짓을 불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교회가 사회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 채 교회당만 늘려가고 있는 한국 기독교를 우려했던 함석헌 선생의 말씀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때 입니다.

그렇기에 이 사회의 정의와 올바름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교회를 넘어 이 사회에서 감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때로는 매섭게 때로는 혹독하게 비판하고 꾸짖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조용기 일가의 국민일보 사유화 저지’를 주장하며 나선 국민일보 기자들의 움직임이 반가웠습니다. 국민일보가 특정 교회 세력에 편협한 신문이 아닌, 진정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으로 다시 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마저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조용기 신문’이라는 오명마저 훌훌 털어버리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같은 기대와 바람이 헛된 것이었다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무엇보다 국민일보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조용기 일가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편집권 독립을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등 징계를 내렸다는 점에서, 지금의 국민일보가 더 나은 기독교 언론으로 나아가려는 데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걸 확인한 것 같아 무척이나 실망스럽습니다. 더불어, 언론사임에도 언론 기고 및 인터뷰, 심지어 개인적인 공간인 트위터 사용도 문제 삼는 등 언론의 자유를 극히 부정한 행위를 스스로 했다는 점도 경악스럽습니다.

▲ 국민일보 지부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3월30일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국민일보는 회사 소개를 통해 스스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국민일보의 행보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보길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다른 것을 차치하더라도, 구성원들을 중징계하는 이 같은 행태가 소외된 이들을 감싸고 포용하며, 더 나아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당부했던 예수의 가르침에 합당한 것인지 찬찬히 되돌아보길 당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징계를 당한 국민일보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을 건네며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이 구절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5일, 성찬주일설교 때 한 말씀의 핵심 구절입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고린도후서 4장 7절~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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