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놀러와> 결방,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불방 등 MBC의 잇따른 무리수 ‘편성’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임원회의에서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하며 ‘시청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실제 MBC가 보이고 있는 편성 전략은 시청자들의 의사를 고려했다고 보기에는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결정이 많아 ‘무리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 PD수첩 작가 해고 규탄 결의대회'에서 해고된 PD수첩 작가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유용석 기자
‘작가 해고 사태’ 이후 <PD수첩> 방송 재개 불투명

MBC노조는 지난 7월18일 장기간 이어왔던 ‘김재철 퇴진 투쟁’ 중단을 결정했다. MBC 구성원들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그 동안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던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성공적으로 방송을 재개했지만,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사정은 다르다.

당초 <PD수첩> 제작진은 21일 또는 오는 28일을 <PD수첩> 방송 재개 날짜로 잡고 방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7월25일 MBC가 “MBC노조 파업을 옹호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PD수첩> 작가 6명을 해고하면서 방송 재개는 불투명해졌다.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MBC 시사교양 PD 뿐 아니라 방송4사 작가들까지 MBC의 행태를 규탄하고 나섰지만, MBC 쪽은 “<PD수첩> 작가의 복귀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더군다나 MBC는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 이후, 방송 불방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에도 방송 재개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900여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PD수첩>의 집필을 거부하면서 해고된 작가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21일 방송이 불방된다. 현재 MBC 공식 홈페이지 편성표에 따르면, 당초 <PD수첩> 방송 예정 시간인 21일 밤 11시15분에는 <100분토론>이 방송된다.

그러나 이번 주 뿐 아니라 다음 주 <PD수첩> 방송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PD수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 제작에 들어간 사람들이 없다. 촬영을 나간 사람들이 없다”며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방송이 어려운 상황으로 정상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파업 잠정중단과 업무복귀 이후 오늘로 예정돼 있던 <PD수첩> 첫 방송이 김재철 사장의 탄압과 횡포로 인해 기어코 불방될 것이 확실하다”며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를 통해 불방을 유도한 것을 규탄하며 더 나아가 이들이 <PD수첩>의 장기 불방사태까지 획책하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와 강한 분노를 표한다”고 규탄했다.

한편, 시사제작국 소속 구성원들은 오늘 오후 예정된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정책발표회에서 <PD수첩> 불방 사태와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 파일럿 프로그램인 <반지의 제왕>
400회 맞은 <놀러와> 결방시키고 파일럿 프로그램 편성

MBC노조의 장기간 파업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방송됐던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가 지난 20일 결방됐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15분에 방송되는 <놀러와>는 당초 20일 밤, 400회 특집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MBC가 파일럿 프로그램인 <반지의 제왕>을 시간에 편성하면서 자연스럽게 결방됐다.

<놀러와>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MBC 홈페이지를 통해 “<반지의 제왕> 방송으로 인해 결방될 예정”이라며 “결방으로 인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놀러와> 대신 방송된 <반지의 제왕>은 러브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다. 20일 방송에서 지상렬, 류태준, 장우혁, 토니안 등 8명의 남자 연예인들은 일반인 여성의 마음을 뺏기 위해 춤을 추고 퀴즈를 푸는 등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혹독하다. 과거 MBC 러브버라이어티인 <강호동의 천생연분> <애정만세> 등을 연상시키는 등 진부하고 어설픈 설정 덕분에 “MBC 예능이 2000년대 초로 타임슬립했다”는 비난이 담긴 기사마저 쏟아지고 있다.

▲ <놀러와> 결방에 항의하는 시청자의 글들 ⓒMBC 놀러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시청자들의 평가 또한 매서웠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반지의 제왕>은 2.9%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같은 시간에 방송된 <놀러와> 시청률과 비교했을 때에도 1.5% 정도 낮은 수치이다. 반면, 같은 시간대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12.5%, KBS2 <안녕하세요>는 9.9%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현재 시청자들은 <놀러와> 결방과 관련해, MBC의 결정을 비판하는 글들을 <놀러와> 공식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놀러와 400회 특집을 기다렸는데 결방을 했다” “시청자가 그리 만만해 보이냐” “예고없이 결방을 하냐” 등 글로 MBC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하는 동시에 <반지의 제왕> 폐지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MBC노조는 “윤길용 편성국장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놀러와> 결방이 결정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MBC노조가 발행한 특보에 따르면, 지난 14일 윤길용 편성국장은 “<놀러와> 시청률이 너무 낮다. 그냥 두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놀러와> 대신 외주제작사가 만든 <반지의 제왕> 편성을 결정했다. 이에 편성국 실무진들은 “정규 방송을 일주일도 안 남기고 편성을 죽이는 경우는 없었고 실무진도 모르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의했으며, 예능본부 보직간부들도 강력 항의했으나 윤 국장은 결정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지의 제왕>은 지난 2002년 연예비리 사건 등으로 MBC를 퇴사한 은경표 전 MBC PD가 속한 외주제작사 싸이더스HQ가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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