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카메라기자들이 속한 보도영상 부문 해체를 뼈대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카메라기자들의 경우, 취재기자들과 함께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제작거부 등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파업 참여에 대한 분풀이이자 보복”이라는 주장이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MBC는 지난 17일 영상취재1부·2부, 시사영상부 등이 속한 보도영상 부문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기존 보도영상 부문에 속해 있던 카메라기자들은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등 10여개 부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이번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에 대해 MBC는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영상취재업무를 현업 취재부서로 전진 배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취재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이 별도 부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때 그때 요청하면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라며 “카메라기자들을 취재 부서로 전진 배치한다면 업무를 더 신속하게 처리하고, 취재기자 뿐 아니라 카메라기자들의 전문성과 효율성도 증대되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 MBC 카메라 기자가 2008년 12월26일 언론노조 총파업을 취재하고 있다. ⓒ미디어스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 방송사 경쟁력 생각한다면 이렇게 할 수 없어”

하지만 정작 조직개편이 대상이 된 구성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회사 쪽은 표면적인 이유로 영상취재업무의 효율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 등 파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카메라기자들이 속한 조직을 사실상 없애기 위한 조처’라는 게 구성원들의 주장이다. MBC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 하루 전인 16일에도 카메라기자 4명을 취재와는 무관한 부서인 콘텐츠멀티유즈센터에 갑작스럽게 발령하기도 했다.

양동암 영상기자회 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완벽하게 파업에 참여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뉴스를 생각하고 방송사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다”며 “이는 뉴스 경쟁력과 효율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결국 파업에 열심히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기발령하고 징계하는 것의 일환이다. 완전한 보복”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 권재홍 본부장과 황용구 보도국장은 입장을 밝힌 게 전혀 없다.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개편안을 만든) 전략기획부 부장에게 ‘뉴스 효율성 떨어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더라. 아무리 사장이라 하더라도 뉴스 공정성을 망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카메라기자들은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보도 영상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기존과는 달리 영상 전문가가 아닌 해당 부서의 부서장이 영상을 관리 감독하게 될 경우 그 동안 카메라기자들이 지켜왔던 보도 영상의 공정성 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시청률을 위해 뉴스에서도 더 자극적인 영상을 쓸 것이라는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MBC 영상기자회는 17일 성명을 내어 보도영상 부문 폐지는 “파업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카메라 기자 조직을 송두리째 궤멸시키겠다는 치졸한 분풀이”이며 “동시에 ’찍히면 죽는다‘는 김재철 사장의 인사 철학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회사 사유화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조직개편이 철저하게 ‘카메라 기자’ 직종 한 부문만을 노린 게 가장 큰 특징”이며 “이 모든 과정이 영상취재부문 어느 누구와도 협의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통보됐다”고 덧붙였다.

취재기자들이 속한 MBC 기자회도 성명을 통해 “영상기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뛰며 뉴스를 제작해온 파트너인 취재기자들은 이번 조직개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작 환경 자체를 위협하고 제작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는 이번 조치가 반드시 철회되도록 영상기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카메라기자들은 19일 영상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본격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카메라 기자협회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대응하기로 결정하는 동시에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황용구 보도국장에게 조직개편 이유에 대한 설명을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자회 총회를 열고, 삭발 투쟁을 통해 이번 조직개편이 무효임을 주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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